• 최종편집 2022-06-24(금)
 
신재철 목사.jpg
신재철 목사

 이제 익숙해진다. 등굣길, 학교 앞 문방구, 버스타고 30여분 가면 나오는 시내라는 곳.

 

그리고 아이들의 사투리까지도. 요즘 나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절대 사투리를 배우지 않겠다는 것. 물론 지금 내가 사용하는 경상도 말도 사투리다. 하지만 이곳에서 다시 배우는 말은 사투리가 아니면 좋겠다. 그래서 결심했다. 표준어를 배우기로. 대전생활이 시작되었지만 이곳 말을 배우지 않기 위해 나는 좋은 표준어 선생님을 모셨다.

 

“텔레비전”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은 서울말을 쓴다. 유심히 살펴보며 조용히 따라해 본다.

 

‘에잇 닭살!’

 

어색하고 좀 부끄럽다. 경상도 사투리가 익숙한 내가 표준어 연습을 하고 있으니 스스로가 용서가 안 되는 느낌이다. 고향을 배신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계속 텔레비전 앞에서 자리를 지킨다.

 

“기여?” - “그래요?”

 

대전에서 아이들이 자주 쓰는 말을 일부러 표준어로 바꿔서 다시 연습해 본다. 절대 “기여?” 이 말은 안 쓸 것이다. 이 말을 쓰는 순간 나는 그냥 충청도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반드시 이 기회에 표준어를 배우리라.

제법 학교 적응도 잘되고 있고, 염려했던 것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학업 성적도 1-2등을 유지할 수 있었고... 물론 내 성적이 발표될 때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이 많이 놀랐다. 조금 불쾌했다. 왜 놀라지? 나는 이제 ‘시골에서 전학 온 애’에서 ‘시골에서 전학 왔는데 공부 잘하는 애’가 되었다. 그리고 여자 아이들이 주번이라서 무거운 물주전자를 들고 오면 대신 들어주기도 하는 매너남이 되었다. 모든 아이들이 청소를 안 하고 도망가도 남아서 청소의 끝을 보는 성실남이 되어 있었다. 오늘도 함께 청소해야 하는 아이들은 도망갔고 기다란 학교 스탠드를 혼자 모두 쓸어냈다. 청소가 끝났으니 이제 교무실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선생님요~ 청소 다했니더.”

아, 나는 오늘도 말 한마디에 교무실 선생님들을 다 웃겨버렸다. 완벽한 표준어를 구사하셨던 텔레비전의 스승님들께 면목이 없다.

 

신재철 목사 칼럼 삽화 0824 강신영 목사.jpg
삽화 작가 : 강신영 목사

 


태그

전체댓글 0

  • 91717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신재철 목사] 선생님요, 청소 다했니더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