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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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석 목사(마산중부교회)

 <종교개혁주일을 지나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톨릭의 한 대주교가 미사를 드리기 위해 준비를 하다가 사람들에게 자신을 좀 더 거룩하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날 미사에서는 다른 날과 달리 하나님을 부르면서 좀 더 장엄한 목소리로 “오 거룩하신 아버지여!”를 세 번이나 반복해서 불렀습니다. 그렇게 세 번 반복해서 하나님을 부르자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오냐, 내가 여기 듣고 있느니라.” 그 소리를 듣자마자 그 대주교는 그만 그 자리에서 까무러치고 말았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 거룩이란 말도 아니고 모양도 아닙니다. 즉 내가 거룩한 말을 하고 거룩한 모습을 한다고 내가 거룩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거룩은 오직 하나님이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 보혈로서 죄를 씻음 받고 거룩하게 된 사람이라야 비로소 거룩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즉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죄 사함을 받고 구원 받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거룩하기 위해서 신앙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거룩하게 된 자로서 나를 거룩하게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이 헛되지 않도록 거룩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원래 가톨릭 사제였습니다. 그 시대에는 ‘빌라도의 계단’이라고 부르는 28계단이 있었습니다. 이 계단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하시기 전 유대 총독이었던 본디오 빌라도에게 심문을 받던 곳입니다. 그런데 이 계단이 기적적으로 예루살렘에서 로마의 라테란 성당으로 옮겨져서 성당의 입구에 설치되었습니다. 그 후로 이 계단을 맨 무릎으로 올라가며 주기도문을 외우면 죄를 사함 받고 거룩하게 된다고 사람들이 믿었습니다. 허무맹랑한 미신을 신앙인 것처럼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일부러 무릎을 까서 피가 나도록하면서 그 계단을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하나님이 더 감동하시고 자신은 더 거룩하게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지요. 가톨릭 사제인 루터도 반복해서 그것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렇게 계단을 맨 무릎으로 올라가는 그의 뇌리에 섬광처럼 스치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로마서 1장 17절 말씀이었습니다. 이때에 그는 순간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고, 놀라고 의아해 하는 다른 고행자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그 계단에서 뛰어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고민하던 중에 스승인 슈타우피츠를 찾았습니다. 슈타우피츠는 그에게 말을 해주었습니다. 죄를 지었을 때 회초리를 의지하지 말고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리고 계시는 예수님을 쳐다보라고 말입니다. 그는 그 말에 어떤 빛을 발견하고 부지런히 성경 로마서를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해서 깨달은 그의 결론은 “죄인이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은 오직 믿음으로써만 가능한 것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의 깨달음이 그의 존재를 뒤흔들었고 결국에는 위대한 종교개혁의 깃발을 들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죄인인 사람이 죄를 용서 받아 거룩하게 되어 구원 받는 것은 어떤 행위로 인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루터가 깨달은 것처럼 오직 믿음으로만 되는 것입니다. 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에 그 십자가의 피가 나의 죄를 씻어 거룩하게 하고, 그리고 그 거룩하게 된 자가 구원을 받고 비로소 이 세상에서도 구원 받은 자로서의 거룩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도’라는 말을 늘 사용합니다. 이 말은 헬라 원어로 ‘하기오스’라는 말로서, 가톨릭에서 성(saint) 바울, 성(saint) 어거스틴이라고 말할 때의 그 ‘성(saint)’이라는 말이 바로 이것과 똑같은 원어의 말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과연 성(saint)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사람인가?”라고 말입니다. 구약에서 ‘성물(saint)’이라는 말은 하나님의 성소에서 구별하여 쓰기 위해서 기름을 발라 구별한 물건에 대하여 그렇게 불렀습니다. 흔한 나무 조각이라도 기름을 발라서 구별하여 쓰면 성물(saint)이 됩니다. 즉 나무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이 구별해서 사용하는 것이기에 거룩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죄인인 것은 세상 다른 사람들과 똑같으나 하나님은 우리를 불러서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죄를 씻어 구별하여 주셨기에 거룩한 백성 즉 성도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 사람과 다른 삶, 즉 하나님이 원하시고 하나님을 닮은 거룩한 삶을 살아서 하나님께 영광 돌려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나는 세상 사람과 다른 거룩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칼럼의 완본은 gncnews.net 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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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석 목사] 거룩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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