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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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규(전 조달청장)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선량한 정부의 선량한 규제는 필요하다”며 음식점 총량제를 제안했다. 선량한 목표를 내걸지 않는 정부가 어디 있으며, 어떠한 규제도 그 목적은 선량하지 않을까? 과도해지면 악마의 수단으로 변할 뿐이다. 직업선택과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대장동을 회피하려는 꼼수란 비판이 쏟아지자 논의를 위한 것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정치인은 말로 승부를 하는 존재다. 대통령이 되려하는 여당 대선후보의 발언으로는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

 

또 이재명후보는 자살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라며 총량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음식점 경영주들이 자살한 것은 총량제가 없어서가 아니다. 그동안 코로나19 방역규제로 2인을 초과한 저녁모임을 금지하고 저녁 9시까지만 영업을 허가하기도 했다. 그 결과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없어 빚은 늘어나고 절망 속에서 자살을 한 것이다. 자영업자 협의회에 의하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자영업 점포 45만개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혹자는 우리나라에서 음식점 허가를 너무 쉽게 내준다고 한다. 그동안 규제완화와 프렌차이즈 방식의 확대로 창업이 쉬워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생각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음식점 수는 그 나라의 문화와 밀접히 관련되기 때문이다.

 

서양은 근무시간이 9 to 5다. 딱히 점심시간이라는 것이 없다. 말 그대로 마음에 점을 찍듯이 샌드위치나 커피로 때운다. 반면 우리는 국물문화의 영향으로 점심시간에 음식점을 찾게 된다. 장시간 근로와 잦은 회식도 음식점에 대한 수요를 늘린다. 우리나라의 외식시장은 2020년 기준으로 138조로 상당히 큰 규모이다(농산식품유통공사 추계).

시장을 받쳐줄 수요가 71만개라는 음식점을 낳은 것이다. 음식점이 많다 적다는 판단은 시장이 하는 것이다. 2020년 통계를 보면 음식점의 폐업도 많았지만(54,437개), 창업은 더 많았다(65,806개).

 

어쩌면 음식점이 많은 것은 우리 음식문화의 풍성함을 나타내는 게 아닐까. 송나라시대에는 사람들이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부유했기에 모두들 외식을 했고 중국음식을 다채롭게 발달시켰다. 음식점이 많은 것이 반드시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포장마차 등 음식점은 어려운 사람들의 마지막 생계수단이기도 하다. 6.25로 고향을 잃은 이북사람들이 생계수단으로 팔기 시작한 평양과 함흥냉면이 국민음식으로 정착되었고 고향을 떠난 호남사람들이 조리한 홍어음식을 모든 국민들이 즐기게 되었다.

이 후보의 음식점 총량제는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격이다. 자영업자 간담회에서 방역규제의 합리적 개선을 제안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방역규제로 자살한 사람들이 늘었는데 총량제를 그 해법으로 제시했으니 답답할 뿐이다.




 

글. 김상규

-. 제32대 조달청장(차관급)

-.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 전_

-.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1급) 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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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

캡틴마산

우리나라는 규제지옥의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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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규의 경제이야기] 음식점 총량제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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