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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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

   학교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은 재미없다. 늘 보던 시골의 풍경과 익숙한 모습은 지루함을 더한다. 재미난 것이 없을까를 고민하며 걷던 중에 번뜩이며 떠오르는 것이 있다.

 

 

‘아빠가 일하는 곳에 가보자!’

 

 

  우리 아빠는 온 동네 페인트 일을 도맡아서 하신다. 저기 군청도, 저기 파출소도, 저기 단독주택도, 저기 빌라도. 다 우리 아빠가 했을 것이다. 확실하지는 않으나 그런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동네를 누비며 걸을 때 건물의 페인트 상태를 보는 버릇이 생겼다. 우리 아빠가 칠했을 것 같으니 자꾸 눈이 간다. 그렇게 걷다보면 종종 어른들이 나의 정체를 물어보곤 하신다. 나는 망설임 없이 내 소개를 한다.

 

 

“종합페인트, 신희목 사장님이 우리 아빠에요.”

 

 

  특이한 내 소개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니 우리 아빠가 유명하긴 한가보다.

그렇게 나는 이곳저곳을 걸으며 아빠가 계실 현장을 찾는다. 분명 이 근처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확히 알지 못하는 현장을 찾아 기웃거리며 시멘트가 드러나 있을 공사현장을 찾아본다.

 

 

‘찾았다!’

 

  

  오래지 않아 지붕 위에서 긴 장대 롤러를 가지고 작업하는 아빠가 보인다. 시커멓게 탄 모습이 멀리서 보기에도 고생스러워 보인다. 땀범벅에 표정도 무겁다. 안쓰러움을 가져야 했을까? 하지만 내 몸과 표정은 반대로 반응했다.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큰 소리로 아빠를 불렀다.

 

 

 “아빠!”

 


  아빠의 현장으로 뛰어가 일하는 삼촌과 인사를 하고 ‘새참’으로 나왔을 빵도 얻어먹으며 지루하지 않은 하루를 만들어 내기에 성공했다. 역시 현장은 이 맛에 찾는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아빠의 마음을 다른 분을 통해 듣게 되었다. 아빠의 친구들은 대부분 현장 일을 하신다. 폼 나는 정장이 아닌 작업복, 스킨 향이 아닌 땀내가 아빠와 친구들의 모습이다. 그런데 그 자녀들이 종종 현장에서 일하는 아빠를 보면 모른척하며 길을 돌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아빠의 친구들은 속이 상하면서도 미안해진다고... 그런데 지붕에서 땀 흘리고 있는 아빠를 발견하고 반갑게 현장으로 뛰어오는 아들의 모습에 너무 고마웠단다.

 

  ‘에이~ 뭘 그런 걸로’ ^^


내가 나이는 어리지만 아빠가 왜 위험하고 냄새나는 곳에서 일하는지 안다. 그렇게 고생하셔야 내가 좋아하는 고기도 먹고, 간식도 먹는다. 내 가방에서 덜그럭 거리는 변신 필통도 아빠가 흘리는 땀의 대가다. 학교에서 배우기를 피부색은 멜라닌 색소 영향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멜라닌과 무관할 것 같은 아빠의 검은 피부가 내게는 훈장처럼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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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강신영 (기장내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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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 아버지의 현장(2) : 지붕 위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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