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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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룡 목사(마산회원교회 원로)

  인생의 황혼기를 보통 낙엽에 비유할 때가 많다. 나무가 새싹이 나고 푸른 잎으로 무성해지는 기간을 지나 열매를 맺고 나면 나무의 할 일은 거의 마무리되고 떨어지는 낙엽으로 가득 차게 된다. 새로 이사를 온 후 마트에 가보면 유독 혼자 다니는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노인이 마트의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수년 동안 보았는데 요즘은 통 보이지 않아 천국으로 가셨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 노인들이 갈 곳이 없다. 그래도 친구가 있고 용돈이라도 있으면 나으련만 그렇지 못하고 식당이나 시식하는 코너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모습은 처량하다 못해 불쌍한 느낌마저 드는 것은 필자의 지나친 측은지심 때문일까?

늙은이가 병으로 고통당하지 않고 노후를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이 살아가면서 주님 의지하며 자녀들과 소통을 통하여 외롭지 않으면 정말 축복을 받은 삶이라 말할 수 있다. 게다가 노탐이라 할까 아니면 노욕을 버리면 그보다 더 좋은 이상적인 삶은 없다. 일본에서는 나이가 든 주부들이 정년퇴직을 하고 집안에서 죽치고 들어앉은 늙은 남편을 ‘오치 누레바’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말로 ‘젖은 낙엽’이라는 뜻으로 늙은 남편이 집에 딱 붙어 나가지 않아 부담스러운 존재로 비유한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사자인 노인들에게는 심히 모욕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현대사적으로 우리나라는 오랜 시간 동안 남편이란 존재의 의미는 가족을 위해 밤잠을 모르고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그 주역들이 바로 오늘날의 늙은이들이다. 이웃 나라 일본과는 사뭇 다른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일본처럼 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은 있다. 국민소득 50달러에서 이제 3만 달러로 600배로 성장시킨 주역이 바로 현재의 노인들이 아닌가! 이제는 세계 유력한 이름 있는 기구에서 한국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시킨다는 뉴스가 나오자 전 세계가 놀라고 칭찬을 보낸 사실을 기억하자. 노인은 세월이 흘러 주름이 많이 생긴 것은 틀림이 없으나 계절이 끝나 쓸모없이 버려지는 낙엽은 분명 아니다. 그 동안 피땀 흘려 이루어 놓은 업적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고 노인들을 절대 홀대하거나 폄하해서는 안 된다.

나이든 나뭇잎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가을 산에 단풍이 되어 울긋불긋하게 물들었을 무렵 비에 젖었을 때이다. 저녁노을이 드리어 질 때 물든 낙엽은 신비하기도 하고 보석처럼 아름다워 흥분하기도 한다. 정말 쓸모없는 찌꺼기도 없고 깨끗한 순수함 그 자체다. 늙은이를 가을 노을에 물든 낙엽이라고 말하고 싶다. 허리가 굽도록 새벽별을 보고 나가 저녁달이 뜰 때 돌아왔던 노인들을 먼저 가족들이 그 노고를 알아주어야 한다. 믿는 자이면 더욱 배우자가 손을 더 내밀어야 하고 자녀들이 존경의 마음으로 다가서야 한다.

늙었다고 기죽지 말고 주님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 내가 살아 있는 인생으로 살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 누가 뭐라 해도 인생의 노년은 경륜으로 젖은 단풍처럼 찬란하게 빛난다. 그래서 노인은 낙엽이라도 노을에 물든 단풍처럼 귀히 여김을 받고 사랑과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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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룡 장로] 낙 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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