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목사] 부모가 자녀들을 어떻게 호칭하고 지칭해야 하는가?
I. 서언(序言)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말이지만, 가장 틀리기 쉽고 혼돈하기 쉬운 용어들 중 하나가 가족들 과 일가친척들과의 지칭어와 호칭어들이다. 오늘의 주제는 이런 용어들 중에서 부모가 자녀를 부를 때 어떻게 호칭하고 지칭해야 되는지에 대한 용어들을 계속 논하고자 한다.
II. 경우에 따른 호칭과 지칭
1. 자녀 혼인 전과 혼인 후 :가장 일반적인 것은 아들의 경우 혼인하기 전에는 ‘철수야’처럼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혼인한 후에는 직접 이름을 부를 수 있으나, 아이를 낳으면 ‘아비’라고 부르거나 손자의 이름을 넣어서 ‘OO 아비’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
미혼의 아들을 가족과 친척에게 지칭할 때는 호칭어인 ‘OO’를 그대로 불러도 좋다. 하지만 지칭하는 아들보다 아랫사람에게는 그들이 부르는 호칭인 ‘너희 형’, ‘너희 오빠’, ‘너희 삼촌’ 등으로 말한다. 아들의 직장인들에게는 ‘OO씨’, 또는 성이나 성명에 직함을 붙여서 ‘김철수 과장’ 혹은 ‘김 과장’으로, 타인에게는 ‘우리 OO’, ‘우리 아들’로 지칭하는 것이 좋다.
2. 교회 안에서 가족들 :이런 경우는 앞에서 말한 원리대로 아들이 교사나 집사 등의 어떤 직함을 가지고 있으면, ‘김OO 선생’, ‘김OO 집사’라든지 ‘김 선생’, ‘김 집사’라고 지칭하면 된다. 이런 면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조선시대에는 아들이 당상관(堂上官: 조선시대 정삼품 이상의 벼슬에 있는 자) 이상이면 공석에서는 앞에서와 같이 직함으로 호칭이나 지칭했다고 한다. 이런 면은 교회에서도 아들이나 가정 식구들의 직함을 그대로 부르는 것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필자의 어머니가 교회당 안에서 교인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우리 목사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무리 목사라도 존칭인 ‘님’자는 붙이지 않음이 좋고, 또 그것이 자랑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서는 안 된다. 어떤 드라마에서 부모가 아들을 계속 ‘우리 이 박사’, ‘이 박사’라고 부르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다분히 아들을 자랑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이기 때문에 좋은 호칭과 지칭은 아니다. 또한 가정에서 식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는 아무리 목회자라도 목사라는 호칭이 아닌 자연적인 부모와 자식 간의 호칭이 되어야 할 것이다.
3. 며느리와 시부모님 사이: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새색시가 맏동서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동서야? 난데 내일 우리 집에 와서 저녁 먹어, 어머님께서 올라오셨어.” “어머니께서요? 언제요?”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맏동서가 “아니 막내 동서는 어머니가 뭐니? 어머님이라고 해야지”라고 하며 핀잔을 주었다. 그렇다면 시어머니에 대해서 어머니라고 호칭하면 안 되는 것일까? 요즈음 같이 높임말에 대한 체계가 흐트러진 현실에서는 별로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일반적인 높임말은 존칭 접미사 ‘님’자를 붙여서 어머님으로, 시아버지에게는 아버님으로 호칭해야 하는 것이 바른 말이다. 반면, 시부모가 며느리를 부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흔히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부르는 말은 ‘아가’, ‘새아가’, ‘어미야, 어멈아’, ‘예야’ 등이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 ‘예야’로 부르는 것은 어조에 따라서는 며느리가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또한 이런 말들도 상황에 따라서는 ‘아가’, ‘새 아가’, ‘OO 어미야(어멈)’, ‘너’로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부모와 배우자에게 며느리를 지칭하는 말로는 ‘며늘애’, ‘새아가’와 아이의 이름을 넣은 ‘OO 어미(어멈)’, 아들의 이름을 넣은 ‘OO 댁’, , ‘OO 처’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며느리’는 남의 며느리를 지칭하는 느낌도 있고, 어른 앞에서는 며느리를 낮추는 것이 예로 여겨왔기 때문에 ‘며느리’로 하지 않고 ‘며늘애’로 지칭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요즈음은 이상의 용어들이 오히려 서로가 어색하게 느껴져서 모든 것을 무시하고 며느리의 이름을 그대로 부르는 경우들도 많이 본다.
III. 결 어
어떤 국어학자는 ‘현재 우리 국어의 어려움과 혼란은 서울시내의 교통 혼잡보다 더 풀기 어려운 심각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부족하지만 생활용어를 연구하며 이 글을 연재하는 필자가 볼 때도 충분히 공감되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때는 이런 글을 쓰면서도 오히려 독자들에게 더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이상에서 논한 모든 내용들이 다 그러하다. 하지만, 고치지는 못하더라도 알고는 있어야 된다는 심정으로 오늘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늘 사용하는 용어의 실제에 대해서 논하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