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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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석 목사(마산중부교회)

신약 성경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갈릴리 바다에 그물을 던지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이 두 군데 나옵니다. 첫 번째는 누가복음 5장에 나오는 것으로 베드로가 예수님의 제자로 부름 받을 때입니다. 그 때 예수님은 밤이 새도록 갈릴리 바다에서 그물질을 했지만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한 베드로를 찾아오셔서 그의 배를 빌려 타시고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그리고는 그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물고기를 잡으라.”고 말씀을 하셨지요. 베드로는 갈릴리 바다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으로서 갈릴리 바다를 손바닥 보듯이 훤히 꿰뚫고 있는 사람이었지만 예수님의 그 말씀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순종하였고 그래서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그는 그 길로 예수님 앞에 부복하고 예수님을 따라 제자의 길로 갔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요한복음은 21장에 나오는 사건으로서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에 제자들을 만나셨을 때였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난 후에 실망하여서 원래 자신들이 하던 어부의 일로 돌아갔던 베드로와 몇 명의 제자들은 밤 시간에 물고기를 잡으러 갈릴리 바다로 나갔습니다. 그러나 그 밤도 그랬습니다. 갈릴리 바다에 대해서 잘 아는 전문 어부였던 베드로와 제자들은 역시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했습니다. 인간이란 그런 것입니다. 제 아무리 뭔가에 대해서 뛰어나고 탁월하다 해도 실패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인간의 불완전성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의 일에 대해서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베드로와 제자들의 그 실패의 현장에 찾아 오셨습니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들은 그 예수님의 말씀에 역시 그대로 순종하였고 그로 인해서 그물을 들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이런 상상을 해 보겠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에 있었던 이 사건을 곁에서 보았던 갈릴리의 다른 어부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어부는 누가복음 5장에 나오는 사건을 보고는 “나도 이제부터는 깊은 데로만 가서 그물을 내려 물고기를 잡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또 어떤 어부는 요한복음 21장에 나오는 예수님 부활 후의 사건을 보고는 “나는 이제부터 배 오른편에만 그물을 던져서 물고기를 잡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독자 여러분, 만일에 진짜 이런 결심을 한 어부들이 있었다면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분명히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어떤 곳에 던졌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님이 던지라는 곳에 던진 그 순종으로 말미암아 많은 물고기를 잡은 것인데 오히려 그물을 던진 장소가 사람들에게 중요하게 인식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것도 한 장소가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는 깊은 데가, 또 어떤 사람에게는 오른편이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장소가 되어 버린 것이지요.

이 나라 기독교 안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경험한 신앙체험이 진리가 되어버린 경우가 있었습니다. 한 병든 사람이 어떤 기도원에 가서 기도하여서 병이 나았더라는 소문이 나면 그 기도원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기도를 명하신 주님 말씀에 순종하여서 나음을 얻은 것인데 오히려 기도한 장소가 마치 성지처럼 중요한 것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이 십자바위(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무학산의 한 바위)에 올라가서 기도해서 아들의 취업에 대한 기도 응답을 받았다고 소문이 난다면 아마 많은 기독교인들이 그 십자바위에 올라가서 기도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뭡니까? 기도를 명하신 주님 말씀에 대한 순종이 아니라 기도한 장소가 기도 응답의 통로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한국 교회 역사 가운데는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독자 여러분, 어디서 기도한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또 언제 기도했는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성경에서 가르쳐 주시는 기도의 지침과 방법을 잘 배워서 그 말씀에 순종하여 기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바로 그것이 주님 약속대로 응답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의 체험에 의존하는 신앙생활은 위험합니다. 잘못된 신앙생활을 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님 말씀을 의지하여 그 말씀에 대한 순종의 길로만 가야 합니다. 바로 거기에 그리스도인의 최선의 길이 있습니다.

 

마산중부교회 박봉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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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석 목사] 깊은 곳과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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