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2-12(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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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부터 아프리카 탄자니아라는 나라의 다르 에스 살람(Dar es Salsaam)에 소재하고 있는 <탄자니아 아프리카 연합대학교>(The United African University of Tanzania)에서 총장으로 1년을 봉사하면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경험한 일들은 나에게 깊은 기쁨과 동시에 큰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이 나라는 말 그대로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땅이다. 사람들은 순수하고 따뜻하며, 정이 많다. 광활한 대지와 끝없이 펼쳐진 자연 자원은 이 나라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현실은 매우 무겁게 느껴진다. 심각한 빈부격차는 사회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가난한 이들은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이를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반대로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은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간다. 이 극단적인 현실의 간극은 나를 깊은 갈등과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더욱 가슴아픈 사실은 사람들 사이에서 거짓말이 너무 쉽게 오간다는 점이다. 문자그대로거짓말을 밥먹듯이 한다. 거짓말을 하고 들통이 나도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책임을 지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만연한 이 잘못된 관행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어서 무감각해 보이기도 한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말이 진리처럼 통용되는 곳이다. 공무원, 경찰, 심지어 정의를 지켜야할 법정마저도 부패의 사슬에 얽매여 있다. 뇌물은 정의를 왜곡 시키고 억울한 자를 더욱 억울하게 만들 뿐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기독교 대학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열정은 때로 깊은 번민과 회의감으로 바뀌곤 한다. 이곳 대학 직원들조차 “여기 탄자니아에서는 그 어떤 사람도 믿지 말라”는 조언을 해 올 때면 더욱 더 그러하다. 이런 조언을 해주는 이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내가 갈등하는 문제의 무게를 한 층 더 더해주고 있다. 여기에서 또 다른 고민이 생겨난다. 선교를 위해 이곳에 와 있는 한국인들 중 일부 역시 이곳의 부정적인 관행에 너무도 익숙하게 물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먹먹해 진다. 선교지에서조차 믿음과 정직이 흔들리고 있다면, 과연 이곳에서 하고자 하는 나의 조그마한 봉사가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지 묻게 된다.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꼴이 아닌가?

이러한 고민들은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다시 금 떠올리게 만든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왜 이 아름답지만 열악한 환경으로 부르셨을까? 이 땅에서의 사역과 봉사가 과연 나에게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으며,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 것 일까? 내가 이 땅에서 배운 것은 단순히 이들 탄자니아 사람들의 필요와 문제뿐만 아니라, 나 자신 역시 다시 금 하나님의 뜻을 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갈수록 인간의 연약함과 나 자신의 부족함만 느낄 뿐이다.

탄자니아는 여전히 아름답다. 세렝게티 사파리의 초원은 여전히 푸르고 사자와 표범은 여전히 먹이를 찾고있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 속에는 치유해야 할 상처가 너무도 분명히 큰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상처를 마주하며,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이 이 땅 가운데 어떻게 드러날 수 있을지 묻는 것은 내게 남은 과제일 것이다. 오늘도 나는 한없이 왜곡되어 있는 이 땅의 현실 앞에서 다시 금 하나님께 무릎 꿇는다. 하나님, 부족한 나를 이곳에 보내신 당신의 오묘한 뜻을, 당신의 지혜를 간구합니다. 주여! 도우소서! 아멘

하나님께서 부족한 나를 감싸 안으며 친히 말씀하시는 것 같다.

“여기 아프리카에도 내가 사랑하는 나의 백성들이 있음을 네가 보았지? 네가 좀 어렵다고 이들을 외면할 수 있겠니? 이 땅에서의 봉사는 그저 너의 능력이나 의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란다. 인간의 약점과 한계를 넘어, 내가 나의 영광과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는 그 현장에 네가 계속 발걸음을 옮겨 갈 수 있어야지! 탄자니아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품으며, 나의 부름에 신실하게 봉사하기 바란다.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다. 너에게 용기를 주고 너의 무릎을 일으켜 줄 것이다!”

주여! 제가 여기 있습니다. 부족한 나를 보내소서! 순종하겠나이다! 아멘!!!

 

 

김성수 목사 (탄자니아 아프리카 연합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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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총장] 탄자니아 아름다움과 상처가 공존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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