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4-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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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목사(진해영광교회 원로)

I. 서언(序言)

 

요즈음 국가적인 혼란 속에서 전국적으로 대형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때 강사들의 강연 을 보통 ‘대중연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도 ‘불교에서 유래된 수많은 용어 중에 하나’라고 단정적으로 말을 하면, ‘그 말도 그래?’라는 의문이 먼저 들 것이다. 그 정도로 이 말은 우리에게 익숙한 보편적인 용어이다. 이에 본 제목에서는 대중연설에서의 대중(大衆)과 연설(演說)로 나누어서 각각의 유래와 그 사용성에 대한 적합성을 논하고자 한다.

 

II. 대중연설(大衆演說)이란?

 

1. 대중(大衆): 민중서관 편집의 국어사전에 보면 대중으로 시작되는 단어가 대중가요, 대중문학, 대중음식점 등 23가지가 나올 정도로 많다. 사전적인 의미의 첫째로는, ‘수많은 사람의 무리’, ‘사회의 대다수를 이루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바로 이런 의미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대중이란 말이다. 반면 두 번째의 뜻은, 불교적인 의미로 ‘많이 모인 승려, 또는 비구(比丘), 비구니(比丘尼), 우바새(優婆塞), 우바이(優婆夷) 등의 사부(四部)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바로 이 두 가지 의미가 본 제목에서 논하고자 하는 대중이란 불교적인 용어이다.

대중에 대한 좀 더 불교적 의미를 구체적으로 논하면, 앞에서 본대로 부처를 따르는 ‘사부대중(四部大衆)’을 일컫는 말인데 그 약자가 ‘대중’이다. 그렇다면 사부대중이란 말은 무엇인가? 여기의 사부(四部)는 먼저 출가와 재가, 그다음 남자와 여자에 따른 구분인데 출가(出家)는 비구(比丘=남자)와 비구니(比丘尼=여자)를 의미하는데 이는 출가자로서 구족계(具足戒)를 받은 승려를 말한다. 재가(在家)는 ‘산스크리트어’의 우바새(남자)와 우바이(여자)로서 삼보(三寶)에 귀의하여 오계(五戒)를 받은 불교 신자들을 말한다. 즉, 사부대중은 출가한 승려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일반 사회생활을 하면서 불교를 믿는 신도들을 통틀어서 말한다.

2. 연설(演說): 국어사전에는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의 주의나 주장 또는 의견을 진술하는 일’로 되어 있다. 한국어로 ‘연설’, ‘웅변’, ‘변론’등으로 각각 다른 용어를 사용하지만, 수사학(修辭學; Rhetoric)으로 지칭되는 이 말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연설, 식장 연설, 법정 연설로 세 구분한 것을 비롯하여, 로마에서는 ‘키케로’등으로 대표되는 연설가들이 ‘오라티오’(oratio)란 용어로 모든 학문 중의 최우선으로 여길 정도로 이를 중요시했다. 현재 우리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연설은 그리스와 로마의 수사학적인 연설을 주로 의미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연설이란 개념은 불교의 설법을 강연하는 수단으로서 출발했다. 하지만 그것을 그냥 설법(說法)이라 하지 않고, ‘멀리 흐른다. 통하다. 윤택하다. 스며들다’의 의미를 가진 연(演)을 덧붙여 연설이라고 한 것이다.

3. 강당(講堂): 국어사전의 일반적인 의미는 ‘강의나 의식 따위를 행할 때 쓰는 건물이나 큰 방’을 의미하는데, 현재는 학교나 관공서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 군데 모여 의식이나 강연 등을 들을 수 있는 큰 장소를 말한다. 하지만, 이 말도 원래는 불교적인 용어로 ‘강경(講經)하는 방’이란 뜻으로 ‘설법을 강(講)하던 장소’라는 의미에서 왔다.

 

III. 기독교인으로서 대안적인 용어와 맺는말

 

이상과 같은 여러 용어들을 종합해서 볼 때 강당에서 대중연설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일단 이 말의 유래는 앞에서 논한 대로 사부대중들이 모인 일정한 장소에서 불교의 교리를 설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볼 때 강당에서 대중연설을 한다는 말은 기독교인인 우리들이 분별없이 사용하기로는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용어는 앞에서 논한 연기설에서 말하는‘인연’처럼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든 불교의 근본 교리적인 용어는 아니다. 또한 이 말은 현대에 와서는 그 근본적인 의미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에게 연설을 하는 일과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기독교 교리와 배치되지 않는 말이고, 또 이미 사회적인 용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불교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될 수 있으면 ‘강당에서 대중연설 한다’는 말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강의한다’로 말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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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목사] 기독교 용어 고찰 : 대중연설(大衆演說)이란 말의 적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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