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연월일 2026-03-1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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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룡 장로(마산회원교회 원로)

오래전에 이웃에 금슬이 좋은 퇴직한 교장 부부가 살고 있었다. 퇴직 후 사모는 그동안 아이들 키우고 사느라 쉽게 살 수 없는 좋은 그릇 등을 고급으로 사들이고 그것을 엄청 아꼈지만 진열해놓고 잘 사용하지는 않았다. 보통 좋고 비싼 그릇들은 귀한 손님이 오시거나 모처럼 행하는 행사에 사용하느라 아끼고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상례다. 남편이 먼저 가시고 일 년 더 사시다가 이내 따라가셨다. 장례 후에 며느리가 시어머님이 평소 아끼며 소중히 여기고 애지중지하게 여긴 물건들을 구식일 뿐만 아니라 자기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시어머니의 값비싼 그릇들을 내다 버리는 것을 보았다. 그 광경을 직면한 뒤에 아깝기도 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음을 숨길 수 없었다. 어른이 귀하게 생각하고 아끼던 것들이 모두 폐기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소중히 여기고 아낀 것들이 하루아침에 바깥 바닥에 버려지는 것을 보고 옛날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아끼면 똥 된다.’는 말이 생각났다. 물론 비유가 될는지 모르지만 아끼고 아끼다가 단번에 쓸모가 없어지는 것을 그렇게 말했나 보다. 사자성어에도 아끼면 똥 된다는 석린성시란 말이 있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나라를 불문하고 그런 말을 사용하는가 보다. 필자 역시 스위스 산 마사이 신발을 비싼 가격으로 사서 잘 보관했다가 올해 봄에 모처럼 신으려고 꺼내보니 바닥과 신위의 부분은 괜찮았으나 옆부분이 완전히 녹아버려 아까워도 버려야 했던 기억이 난다.

이같이 아껴둔 옷이나 물건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고 녹아 사용할 수도 없는 경우가 생긴다. 돈, 돈 하면서 넘 절약하는 일에만 신경쓰다가 자기가 병들어 소중한 건강을 놓쳐버린 것을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돈을 아끼고 모으는 데에만 집중하다 보면 건강도, 시간도, 소중한 사람도 다 놓치고 살아가는 인생이 된다. 아끼는 것에 대한 지나친 강조보다는 돈이든지 물건이든지 적절한 때에 잘 사용하고 마음을 열어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잘 아는 고등학교 선배의 경우를 보고 정말 아끼다 똥이 되는 것을직접 목격했다. 그 선배는 고등학교만 겨우 졸업했으나 손재주가 뛰어나 부산에서 선박을 수리를 해주는 기술이 있어 돈을 엄청 잘 벌었다. 집도 넉넉했지만 자식 하나 잘 키워 성공시켜보겠다는 일념으로 모으는 일에만 열중하다가 갑자기 폐암으로 쓰러져 일 년도 못살고 세상을 떠났다. 남기고 간 많은 재산을 자식이 잠간 사이에 사업 실패로 다 날려 버린 것이다. 선배 부인은 울고 또 울면서 돈 한 번 내 가족과 다른 사람을 위해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다 날려 보냈다고 토로하였다. 이것이 바로 ‘석린성시’ 즉 아끼면 똥 된다는 말과 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현재보다 미래가 더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집에 쌓아 둔 값비싼 그릇이나 옷들을 아끼는 것은 다가올 내일을 대비할 것이라고 믿는다. 돈 역시 다음을 준비하여 잘 살기 위해 저축한다고 말할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쓸 곳이 있으면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이 옳다. 진정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면 다가올 미래가 현재가 되어도 즐길 수 없다. 지나치게 아끼지 말고 석린성시를 꼭 기억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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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룡 장로] 석린성시(惜吝成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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