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0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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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목사 (진해영광교회 원로목사)

1. 서언(序言)

 

“저 부부는 정말 천생연분이야, 정말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틀림없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는 정말 좋은 덕담이요 칭찬의 말로서 결혼이나 연인 관계에서 흔히 사용되며, 서로가 운명적으로 맺어진 관계임을 강조할 때 이런 말을 한다. 즉, 서로가 지극한 사랑과 잘 맞는 관계를 확인한 연인이나 부부의 연을 ‘천생연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말을 어떤 자리와 어떤 관점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기독교인으로서는 합당한 말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천생연분(天生緣分)과 불교에서 말하는 천생연분(千生緣分)은 다르기 때문이다. 본 호에서는 이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

 

 

 

2. 일반적인 천생연분(天生緣分)이란?


  1) 한자어의 뜻과 일반적인 의미: 하늘에서 정해준 연분이란 뜻으로, 하늘 천(天)과 날 생(生), 가장자리·묶음 연(緣)과 나눌 분(分)으로 하늘에서 정해준 연분이란 뜻이다. 속담으로는 ‘천생연분에 보리개떡’이 있다. 이는 ‘보리개떡을 먹고 살 정도로 가난해도 부부가 의좋게 산다.’는 말이다. 또한 서로를 위해 태어난 것처럼 잘 맞는 사람들이나 성격과 가치관, 삶의 방향 등이 잘 조화를 이루는 관계를 뜻하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이런 이상적인 연인이나 부부 관계를 ‘소울메이트’(soulmate)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2) 심리적인 면에서의 의미: 이는 아름답고 잘 맺어진 관계라도 하늘에서 정해주는 것이 아닌, 사람의 마음과 의식 속에서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즉, 서로 상호 간의 마음으로 연결된 조건의 충족으로 신이 아닌 인위적으로 형성된 관계라는 것이다.

 

3. 불교적인 천생연분(千生緣分)이란?

 

불교에서 말하는 천생연분은 하늘 천(天)의 天生緣分이 아니라 숫자 일천 천(千)의 千生緣分을 의미한다. 이는 불교의 가장 근본적인 교리 중 하나인 연기론(緣起論)의 인연(因緣)에서 유래된 말로서, 원인(因)과 조건(緣)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인간의 힘으로는 끊을 수 없는 깊은 관계를 의미한다.

이를 부부 관계로 보면, 남녀가 만나서 부부가 되는 것은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생(生)의 인연이 쌓여서 된다는 것으로 본다. 예를 들면 한 부부가 이루어지려면 전생부터 이어진 남자 500생과 여자 500생의 인연이 합쳐져서 1,000생이 될 때 만나게 되면 千生緣分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부가 오욕락(五欲樂: 식욕, 수면욕, 색욕, 재물욕, 명예욕)을 함께해야 되는데, 이 중에서 하나라도 깨어지면 잡귀가 틈타 들어와서 부부 간의 신뢰가 깨어지면서 갈등이 시작되고 千生緣分이 무너지게 된다고 했다. 또한 이 천생연분은 부부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에는 600생, 형제자매는 700생, 스승과 제자는 800생이 지나야 만나기 때문에 부부 간의 인연보다 더 깊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불교의 千生緣分은 전생의 업(業)으로 인해 맺어진 깊은 인연을 의미하기 때문에 좋은 업을 쌓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화합과 신뢰로 함께하는 오욕락의 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4. 기독교적 관점의 천생연분(天生緣分)과 결론 및 제언

 

기독교에서 "천생연분"이라는 표현을 할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소 신학적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첫째로, 천생연분(天生緣分)은 ‘천상배필(天上配匹)’이라고도 하는데, ‘하늘이 정해준 관계’라는 점에서는 결혼이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 안에서 맺어졌다고 믿는 기독교적 관점과 비슷하다. 하지만 연분(緣分)이란 말은 불교의 연기론의 인연을 연상하기 때문에 오해를 가져올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불교적인 용어인 천생연분(千生緣分)은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될 말이다. 그 이유는 앞에서 기술한 대로 전생과 인연 등의 전형적인 불교적인 용어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제언할 것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천생연분(天生緣分)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앞서 기술한 대로 우리말로는 오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나게 하셨다”는 섭리와 인도로 표현하는 것이 더 나은 표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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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목사] 불교에서 유래된 용어들: 천생연분(天生緣分)과 천생연분(千生緣分)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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