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연월일 2026-07-20(월)
 
  • 특정인 위한 정년 연장 아니라지만…
  • 제정 시점과 적용 기준은 여전히 설명 필요
  • 정년 이후 재임용 기준, 총회 산하 기관 전체의 관점에서 살펴야

고신 총회 로고 (1).jpg

 

학교법인 고려학원이 최근 마련한 전문경력자 운영 규정을 둘러싸고 교단 안에서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법인 사무국장의 정년을 앞두고 마련된 이번 규정이 사실상 특정인의 계속 근무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이를 설명하는 입장에서는 이번 사안이 정년 연장이 아니라 정관에 근거한 전문경력자 운영 규정의 마련이라고 강조한다.

 

먼저 사실관계를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려학원 정관 제67조에는 법인 사무국장을 2급 이상의 직원 또는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전문경력자로 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경력자를 선임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은 현 사무국장이 부임하기 이전인 202011월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문경력자 제도 자체가 현 사무국장 한 사람을 위해 갑자기 만들어졌다고 단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현 사무국장이 정년퇴직 후 전문경력자로 다시 선임된다 하더라도, 인사 규정상으로는 기존 직원의 정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계약 형태로 다시 임용하는 절차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관상 근거가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의문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경력자 세부 운영 규정은 지난 2월 열린 이사회에서 마련됐다고 한다. 현 사무국장의 정년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교단 안에서 제정 배경과 향후 적용 기준을 묻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정년 연장과 정년퇴직 후 계약직 재임용은 인사 규정상 분명히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동일한 인물이 같은 업무를 계속 수행하게 된다면, 외부에서는 이를 실질적인 계속 근무로 받아들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명칭이 아니다. 전문경력자를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선임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도 중요하다. 학교법인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충분한 경험을 가진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 법인 사무국장의 업무 특성상 이사회와 원활하게 소통하고, 산하 기관의 복잡한 행정 구조를 이해하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오랜 경험을 가진 인재를 활용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조직의 필요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일정 기간 계약직으로 활용하는 방안 역시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정년은 갑자기 찾아오는 변수가 아니다.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인사 일정이다.

 

조직이 지속 가능하려면 기존 인력을 다시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것과 함께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후임자를 육성하는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적임자가 없다는 설명이 반복된다면, 그동안 후임 인사를 준비하는 구조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의 경험에 계속 의존해야 하는 조직은 안정적인 조직이라기보다 후임 체계가 취약한 조직일 수 있다. 기존 인력의 경험을 존중하는 것과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일은 서로 충돌하는 과제가 아니다. 인수인계와 후임자 육성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사안은 법인 사무국장 한 사람의 재임용 여부에만 그치지 않는다.

 

고신총회 산하에는 학교법인뿐 아니라 총회유지재단과 은급재단, 고신언론사 등 여러 기관이 존재한다. 학교법인에서 정년퇴직을 앞둔 인력을 별도의 계약 형태로 다시 임용하는 방식이 하나의 선례로 자리 잡는다면, 다른 산하기관에서도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이유로 유사한 논리가 제기될 수 있다.

  물론 각 기관의 특성과 현실적인 사정은 다를 수 있다. 모든 기관에 하나의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때마다 업무의 연속성’, ‘전문성’, ‘적임자 부족이라는 이유로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정년 제도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은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기존 인력을 다시 활용하는 길은 넓어지는 반면,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책임 있게 성장시키는 길은 좁아질 수 있다.

 

예외가 하나의 선례가 되고, 그 선례가 다시 다음 예외의 근거가 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총회 산하 기관에서 정년 이후 재임용이 필요한 경우 어떤 원칙을 적용할 것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전문경력자 선임의 객관적인 기준은 무엇인지, 외부 인사도 후보가 될 수 있는지, 복수 후보를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한지, 계약기간과 재위촉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후임자 발굴과 육성은 어떻게 병행할 것인지 살펴야 한다.

   특정인을 위한 규정이라고 미리 단정할 필요는 없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재임용을 기정사실로 전제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현 사무국장의 정년을 앞둔 시점에 세부 운영 규정이 마련된 이상, 교단 안에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이사회가 규정의 제정 배경과 향후 운영 원칙을 교단 앞에 투명하게 설명하면 된다.

 

  규정상 가능하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적으로 허용되는가 하는 문제와 교단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서로 다르다.

  학교법인 고려학원은 일반 기업이 아니다. 고신총회 산하에서 교육과 의료를 담당하는 공적 기관이다. 그만큼 인사와 제도 운영에서도 높은 수준의 책임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사람을 위한 예외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우는 일, 경험 있는 인재를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일, 규정의 명칭보다 실제 운영의 공정성을 살피는 일이 먼저다.

   이번 논란이 특정인을 둘러싼 공방에 머물지 않고, 총회 산하 기관 전체의 건강한 인사 원칙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BEST 뉴스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기자수첩] ‘전문경력자 운영 규정’, 명칭보다 원칙이 중요하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