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연월일 2026-07-20(월)
 


김성수 총장_사이즈 조정.jpg
김성수 목사(탄자니아 아프리카 연합대학교 총장)

어릴 적 비 오는 날 우산 세 개가 함께 걸어가는 동요가 문득 떠오른다. 유명한 동요 「우산」(작사: 윤석중, 작곡: 이계석)이라는 노래이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파란 우산, 깜장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길에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 대고 걸어갑니다”

 

  가난한 시절의 어린이들이 좁은 학교길을 함께 걸어가며 서로 어깨를 맞대고 우정을 나누는 정겨운 모습을 담고 있는 노래이다. “찢어진 우산”이 함께 걸어가는 장면은 마음을 참 따뜻하게 만들어 주면서, 화해와 포용과 ‘하나 됨’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8_우산짤.jpg
※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사도 바울은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엡 2:14–16)고 설파했다. 초대교회의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유대인과 이방인의 화해’를 다루고 있다. 초대교회는 대부분 유대인 출신의 그리스도인들이 중심이었고, 그들은 율법, 할례, 정결 규례 등을 고수해 왔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이방인들도 교회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은 이방인들에게 그들도 자기들처럼 할례받고 율법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방인들은 그런 것 없이도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했다. 이 긴장과 갈등은 마치 ‘중간에 막힌 담’처럼 교회 공동체 안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고, 실제로 예루살렘 성전에는 이방인이 더 이상 들어올 수 없는 담이 존재했다. 그 담에는 “이 담을 넘는 자는 죽임을 당할 것이다”라는 경고문까지 붙어 있었다. 사도 바울은 이런 물리적·사회적·영적 장벽을 향해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시다. 그리스도께서 그 담을 허무셨다.” 이것은 단지 종교의 벽을 허문 사건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 민족과 민족 사이, 자아와 타자 사이의 적대와 단절을 깨뜨리는 복음의 선포였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는 자신의 조국 발칸 반도에서 벌어진 끔찍한 내전을 지켜본 뒤, 『배제와 포용』이라는 책을 통해 현대 세계가 타자를 대하는 두 가지 왜곡된 방식, 즉 연결의 부정과 분리의 부정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연결의 부정’은 “나는 너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태도다. 인간은 본래 서로 얽혀 살아가는 관계적 존재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이 연결을 불편해하고 두려워하며 끊어내려 한다.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이 크로아티아인과의 수백 년간의 역사적 연결을 부정하고, 민족 정체성의 순수함을 유지하려 하면서 결국 학살에까지 이른 것이 그 대표적 예이다. 오늘날 우리도 “이민자와 나는 상관없다”, “저런 문화는 나와 상관없다”, “저런 사람은 교회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타인과의 연결을 부정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공동체성과 인간다움을 함께 잘라내는 행위이다. ‘분리의 부정’은 이와 반대로, “네가 나와 다르면 안 된다. 나처럼 되어야만 받아들여 줄 수 있다”는 태도이다. 교회 안에서도 “당신이 우리처럼 예배하고, 우리처럼 옷 입고, 우리처럼 말할 수 있어야 가족으로 받아주겠다”는 보이지 않는 기준이 작동할 때가 있다. 이것은 포용이 아니라 동일성을 강요하는 폭력이다.

예수님은 억지로 유대인을 이방인처럼 만들지 않으셨고, 이방인을 유대인처럼 만들지도 않으셨다. 그분은 자신의 몸을 찢으심으로써, 두 존재가 그대로 존재하면서도 하나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다. 교회는 바로 이 복음 위에 세워진 공동체이다. 다름이 위협이 되지 않고, 연결이 짐이 되지 않으며, ‘하나 됨’이 억압이 되지 않는 공동체, 이것이 그리스도 안에서의 진정한 ‘포용’이다. 우리 모두 타인의 다름을 지우거나 연결을 끊는 방식이 아니라, 경계를 인정하면서도 열린 공간을 내어주는 포용의 삶을 영위해 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원한다.

 

김성수 목사(탄자니아 아프리카연합대학교 총장)

 

태그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김성수 총장] 진정한 화해와 포용의 삶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