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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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권철 목사(밀알교회)

본디오 빌라도

 

 

둘째는 본디오 빌라도형이다. 주님은 총독 빌라도에게 고난 받았다. 본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빌라도에게 많은 동정심이 간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강포한 자가 아니었다. 동정심이 아주 많고 귀가 여린 사람으로 아내의 말에도 귀를 잘 기울였던 공처가였다. 그래서 당시 유월절 특사로 예수를 석방시킬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법정에서 본 데모꾼들의 함성소리는 결국 강포한 죄수 바나바를 놓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 그는 그 양심에서 호소하는 음성을 짓누르기 위해 대야에 물을 떠서 손을 씻었으나 결국에는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는 자리에 내어주고 말았다.

그래서 사도신경에 “본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아”라고 기록하고 있다. 사실은 빌라도는 예수를 놓아 주려고 무척 많은 애를 썼다. 어찌 보면 그는 진리에 있어서 회색지대에 서 있었던 사람이다. 그러면 빌라도의 잘못은 무엇인가? 그의 믿음이다. 그는 하나님의 법대로 심판하지 않고 군중의 함성을 두려워 한 나머지 예수를 십자가형인 사형언도를 내렸다. 빌라도의 믿음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민중의 함성이었다. 우리 신앙의 표준은 이와 같은 군중의 소리가 아니어야 한다. 아무리 다수가 큰 소리로 외칠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거스릴 때는 목숨을 걸고 진리를 사수해야 한다.

우리는 정치인들이 어떤 지도자의 이념이나 색깔에 따라 나누어질 때 중간 회색지대에서 언제나 좌우를 저울질하는 자들을 많이 본다.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교회사를 통해서 볼 때 타락한 중세교회를 개혁하기 위해 종교개혁자들이 일어났다. 이때 많은 무리들이 구교인 로마 카톨릭을 택하느냐 아니면, 개혁자들이 이끄는 종교개혁의 반열에 참여하느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그 당시의 결단은 순간적이지만 그 선택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진리 되신 예수인가 아니면 민중의 함성이 어우러진 세속의 다수인 무리들인가? 인생 최대의 갈림길에서 최고의 선택은 예수이다. 그래서 키에르케고르는 “인생의 시작은 이십이나 사십부터가 아니라 십자가로부터이다.”라고 했다.

 

 

 

 

구레네 시몬

 


세 번째는 구레네 시몬형이다. 주님은 버림받아 십자가를 지셨다. 옷 벗김을 당하고 대신 홍포를 입었다. 마지막에는 구레네 시몬이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갔다. 그는 북 아프리카 리비아의 수도인 트리폴리의 사람이다. 이곳은 희랍의 식민지로서 가장 큰 도시였다. 예루살렘과 너무 먼 거리에 있었으므로 그가 예루살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절기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시몬은 그때까지 예수에 대하여 들어본 바가 없었다. 그리고 근일에 예루살렘에 일어난 근황도 잘 몰랐다. 그가 예루살렘 성문을 통과할 즈음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영문 밖으로 수많은 인파가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가 급히 그곳으로 달려갔을 때 한 죄수가 눈에 띄었다. 채찍에 맞아 온 몸은 피투성이로 멍들어 있었고 죽음 직전에 놓인 죄수는 십자가를 지고 있었다. 너무도 지친 그는 얼마를 가다가 그만 쓰러졌고 다시 일어설 기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가 곁에서 동정의 눈빛으로 보고 있는데 갑자기 군병들이 목덜미를 잡고 가서 주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우는 것이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강력하게 거부했으나 군병들은 매로 위협하면서 억지로 십자가를 지게 했다.

그는 구경하려다 잡혀 억지로 십자가를 지게 되었다. 그러니 처음에는 이렇게 애원을 했을 것이다. ‘저는 예수와 함께 한 무리가 아닙니다. 저는 먼 아프리카 구레네에서 예루살렘 성전에 제사 하러 온 사람입니다.’ 그러나 군병들은 더 이상 예수가 십자가를 질 기력을 잃었음을 보고 강제로 그에게 십자가를 지게 했다. 이처럼 우리 중에도 억지로 예수 믿고, 사명 받아 일꾼 된 구레네 같은 자들이 있을 수 있다. 운동장에 족구 하러 나갔다가 또는 응어리진 한을 풀기 위해 나갔다가 예수를 만났고, 겁 없이 사명의 십자가를 지게 된 경우이다. 이 같은 일은 자신의 의지와 전혀 관계없이 억지로 된 것이기는 하지만 복된 사건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구레네 시몬은 어떤 복을 받았을까? 율법과 선지자들이 예언한 언약의 말씀을 메시야가 성취하는 것을 직접 보았다. 그는 주님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에서 못 박혀 죽는 속죄의 죽음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으며, 십자가상에서 부르짖는 일곱 마디의 기도를 다 들었고, 숨을 거둘 때 부활의 징조로 보여준 사건들을 직접 목도했다. 우리가 억지로라도 사명의 십자가를 지고 가면 구레네 시몬이 받은 이런 은혜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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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권철 목사] 당신은 십자가 앞에 어떤 사람인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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