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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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목사(진해영광교회)

 I. 서언(序言)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인 현상과 대형사고로 인한 참혹한 현장을 말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은 지난 호에서 논한‘아수라장’과 오늘 본 호에서 논할 아비규환(阿鼻叫喚)이다. 아수라장를 다시 논한다면, 아수라는 6도(道)와 10계(界)의 하나로서 지옥도(地獄道)와 굶주린 귀신들이 사는 아귀도(餓鬼道)나 아수라도(阿修羅道)에서 나온 말이다. 이는 불교의 지옥에 대한 교리적인 용어로서 오늘 본 호에서 논하고자 하는 아비규환(阿鼻叫喚)과 비슷하다.

자주 언급하는 말이지만, 아비규환이란 말도 같이 공유하여 사용할 수 있는 용어가 아니다. 그 이유는 이런 용어들이 내세에 대한 기독교의 교리와 정체성과는 전혀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호에서는 아비규환의 의미와 유래, 또한 이에 대체할 수 있는 용어를 논하고자 한다.

II. 아비규환 (阿鼻叫喚)

1. 아비규환 (阿鼻叫喚)의 뜻

불교의 내세관에는 8 종류의 지옥(등활:等活, 흑승 黑繩, 중합:衆合, 규환, 대규:大叫, 초열:焦熱, 대초열:大焦熱, 무간:無間)이 있다. 이 중에서 아비규환은 가장 아래쪽에 있는 무간(아비)지옥과 4번째인 규환지옥의 합성어로서 전통적인 불교의 지옥에 대한 용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차츰 이 말이 일반 사회 언어로 사용되면서 현재의 사전적인 뜻은,‘계속적인 심한 고통으로 울부짖는 참상’이란 뜻으로 되어 있다. 한자어의 뜻으로도 보면, 언덕 아(阿)에 코 비(鼻), 울부짖을 규(叫), 부를 환(喚)자로서‘언덕아래 지옥에 떨어진 자가 눈물 콧물 흘리며 울부짖으며 살려달라고 부르짖는 모습’으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의 상태를 말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1) 아비(阿鼻)란? : 아비는 범어인 Avici의 음역으로 ‘아’는 무(無), ‘비’는 구(救)로서‘전혀 구제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아비는 앞에서 언급한 불교의 8대 지옥 중에서 가장 아래에 있으며,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으로서 '아비지옥' 혹은 잠시도 고통이 쉴 날이 없다는 뜻에서 무간지옥(無間地獄)이라고도 한다.

가장 심한 고통이 있는 이 지옥에 떨어지는 자들은 주로 오역죄(五逆罪), 즉 부모를 살해하거나 삼보(三寶; 불보/佛寶, 법보/法寶, 승보/僧寶)를 훼손한 자, 부처의 몸에 피를 낸 자, 비구니를 범한 자, 사찰의 물건을 훔친 자 등의 중한 죄를 지은 자들이 가는 곳이다. 이런 중죄인들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형벌도 아주 무서운 벌을 받는다. 예를 들면, 야차(夜叉/ 약사=Yaksa; 사천왕의 하나인 다문천왕의 권속으로, 매우 추하고 괴상하게 생긴 귀신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사람을 잡아먹고, 상해를 입히는 잔인한 귀신)가 죄인의 살가죽을 벗기고, 그 가죽으로 죄인을 묶어 불 수레의 훨훨 타는 불 속에 수천 번 씩 던지기도 하고, 큰 쇠창을 달구어 입과 코, 배를 꿰어 던지기도 하는 무서운 지옥이다.

 

2) 규환(阿鼻叫喚)이란? : 범어(梵語)인 raurava에서 유래한 말로 ‘누갈’이라고도 음역하기도 하고 ‘고통에서 울부짖는다.’라고 하여‘규환지옥’이라고도 한다. 불교의 8대 지옥 중 4번째로서 도둑질과 살생, 술, 음행, 질투 등의 죄를 범한 자가 들어가는 지옥이다. 이곳에서는 물이 펄펄 끓는 가마 속에 던져지거나 뜨거운 쇠로 만들어진 방에 들어가 극심한 고통을 받으면서 울부짖는 곳이다. 또한 이곳은 하루에 수 천 번씩 죽고 되살아나면서 잠시도 평온을 누릴 수 없는 지옥이다.

 

III. 결어(結語)

아비와 규환지옥의 합성어인‘아비규환’은 언제나 서언과 결어에서 언급하는 대로 우리 기독교인들이 사용할 수 없는 전형적인 불교의 교리적인 용어이다. 특히 아비와 규환을 포함한 8대 지옥(地獄)에서 지옥이란 말은, 불교나 일부 타종교들에서도, 또한 우리 기독교에서도 동일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같이 사용할 수 있는 말이기는 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인 8대 지옥은 같이 공유 할 수 없는 말이다. 그 중에서 지난호의 아수라장이나 아비규환은 더욱 더 사용할 수 없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용어를 사용할 것인가? 만약 어려운 4자성어로 말한다면, 아비규환이란 용어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인외마경(人畏魔境; 활동하기에 적합하지 않는 끔찍한 것들의 소굴)이란 말도 있다. 그렇지만 이 말도 평상적인 말이 아니다. 가장 좋은 말은 이해하기 쉬한 일상용어인‘지옥 같은 끔찍한 상태에서 울부짖는 현상’,‘참혹하고 혼란한 현장’으로 말하거나, 성경 마태복음 24장 51절의 “슬피 울며 이를 가는 현장”이란 말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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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목사] 불교에서 유래된 용어들 : 아비규환(阿鼻叫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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