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4-0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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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목사(전 고신대학교 총장,현 미국 에반겔리아 대학교 총장)

 

‘세계관’(worldview)이란 문자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그러므로 세계관의 관건은 어떤 관점에서 이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창조주 하나님과 피조물을 올바로 구분하고 올바로 대하는 것입니다. 창조주 하나님과 세상과의 관계를 올바로 알지 못하면 이 세상을 올바로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비교할 다른 창조주가 없는 오직 한 분 창조주 하나님이십니다(느9:6).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을 아무것도 없는 상태 즉, ‘무에서’(ex. nihilo) 만물을 창조하셨습니다. 이미 있는 어떤 것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태초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물을 창조하셨다는 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창조관의 특징입니다.

고대 근동 지방에는 많은 창조 설화들이 있었습니다. 헬라의 철학자인 플라톤(Plato)도 ‘데미우르고스’(Demiourgos)라는 창조의 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데미우르고스’는 없는 것으로부터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신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바꾸는 신을 말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우주의 창조신은 무질서(chaos, 혼돈)로 해체되는 성형을 지닌 물질을 원형인 이데아에 맞춰서 질서(cosmos)를 지닌 존재자로 만들어 내는 것을 창조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초기 기독교는 하나님도 이미 존재했던 어떤 영원한 질료를 원료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이러한 이단들에 대항해야 했습니다. 이교적인 신화와 사상에 영향을 받아 있던 당시 사람들에게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하는 이 선언은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창세기 1장 2절의 말씀 즉,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라는 표현을 두고 어떤 사람들은 오늘 우리가 사용하는 ‘혼돈’이라는 의미 즉, ‘어떤 사물이나 생각들이 뒤엉켜 있는 무질서의 상태’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무질서한 혼돈의 상태’로부터 질서 있는 우주(cosmos)를 만들어 내는 분이라고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무질서에서 질서를 만드시는 분이며, 하나님께서 개입하시면 무질서한 혼돈 상태를 정돈하여 질서 있는 상태로 만들어 주신다고 힘주어 강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너무 피상적인 해석이며 잘못된 적용입니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는데 그 창조된 하늘과 땅의 상태가 혼돈하고 무질서하며, 아무런 의미가 없이 공허했던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혼돈과 무질서와 무의미를 창조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질서의 하나님입니다.

창세기 1:1-2절의 말씀은 지상의 질서를 향한 첫 번째 단계를 묘사한 것입니다. ‘혼돈하다’는 것은 아직 ‘모양이 없다’(formless) 또는 ‘모양이 주어지지 않았다’(unformed)는 뜻이지 ‘모양이 왜곡되었다’(deformed)는 뜻이 아닙니다. 비유하건데 그것은 앞으로 더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채워 넣고 색상을 칠해야 할 화가의 스케치와도 같은 것입니다. 또 다른 비유를 든다면 골조 공사만 끝나고 마무리 공사와 내장 공사를 기다리고 있는 신축 건물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믿음으로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을 우리가 아나니”(히 11:3)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여기서 “지어졌다”로 번역된 단어는 다른 곳에서 진흙 덩어리로 토기 그릇을 만드는 토기장이의 행위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단어입니다. 하나님은 말씀을 통해 모양이 아직 주어지지 않은 땅으로 장인의 걸작을 빚으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는 처음부터 혼돈이나 무질서가 아니라 질서와 의미로 충만해 있었습니다.

창조주 하나님은 지금도 변함없이 자신이 창조하신 우주 만물을 질서 있게 보존하며 통치하고 계십니다. 창조주와 피조물을 구분한다는 것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자신이 만드신 세계와 언제나 저 멀리 동떨어진 곳에 계시면 피조물과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만드시고 이 세상이 그냥 자동으로 굴러가도록 버려두지 않았습니다. 이신론자들(deists)들은 시계를 만든 후에 그 시계가 감아 놓은 태엽에 따라 돌아가도록 버려두고 잠자고 있는 시계공 할아버지처럼 하나님을 묘사합니다. 이신론의 신관은 창조 세계가 존속하는데 더 하나님의 임재와 능력이 필요 없게끔 하나님이 창조 세계 속에 ‘자연법’을 내장해 놓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성경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셨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붙들고 계시며, 세상에는 그분의 임재와 영광과 능력과 계시가 충만해 있습니다. 하나님은 온 세상과 그 안의 만물을 창조하셨고, 모든 인간에게 생명과 호흡과 그 밖의 모든 것을 주시고, 역사를 주관하고 다스리시며, 모든 나라를 통치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이 그러한 활동을 하심은 만백성이 그분을 구하고, 그분께 손을 내밀고 그분을 찾게 하시기 위해서 입니다. 그분은 우리 모두에게 가까우신 분이십니다. “우리가 그를 힘입어 살며 기동하며 존재하느니라”(행 17:28). 세상이 하나님의 임재로 흠뻑 젖어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성경적 세계관의 한 기초석입니다. 존 헨리 뉴먼(John Henry Newman)의 표현대로 하나님은 워낙 깊이 창조 세계와 관계하시고 그 안에 임재하시고 그것을 섭리하시고 감화하시고 그 속에 영향을 미치시므로 그분을 조금이라도 묵상하지 않고는 창조 세계를 제대로 묵상할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우주에 임재하신다면 세상은 그분의 영광과 위엄으로 충만해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 모두 하나님의 창조 세계 속에서 그분의 지혜와 솜씨를 바라보면서 그분의 임재하심 안에서 살아가는 진정한 코람데오(Coram Deo), “하나님 앞에서”의 삶을 영위해 가시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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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총장] 오늘도 그분의 임재하심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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