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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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석 목사(마산중부교회)

 어느 교회에서 가족 찬양경연대회가 열렸습니다. 모두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를 했던지 출전하는 가족마다 참 은혜롭고 수준 높은 찬양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가족 순서에서는 아버지인 집사님이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원래 찬양 가사와 다른 가사를 태연하게 불러서 교인들은 깔깔대며 웃었고, 그 집사님은 찬양이 끝나자마자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자리에 돌아와서는 가족들에게도 교인들에게도 얼굴을 들지 못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담임 목사님 가정이 찬양을 했습니다. 한참 찬송을 부르다가 목사님이 너무도 태연하게 가사를 틀리게 부르는 것입니다. 교인들은 또 다시 깔깔대며 웃었고, 사모님과 자녀들은 왜 틀렸느냐고 핀잔을 주는 얼굴로 목사님을 힐끗 쳐다보았습니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그 목사님이 과로로 쓰러져 돌아가셨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장로님들이 목양 실에서 목사님의 책과 유품을 정리하다가 한 장로님이 목사님의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장로님은 궁금한 마음에 일기를 펼쳐서 읽는데, 장로님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내용이 기록이 되어 있었습니다. “7월 14일, 가족 찬양경연대회가 있었다. 김 집사님이 찬송을 부르다 틀려서 교인들이 다 웃었는데, 김 집사님이 너무 무안해했다.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다음 차례로 우리 가족이 찬송을 부를 때 나도 일부러 틀려주었다. 다시 교인들은 깔깔대며 웃었다. 그때 슬쩍 김 집사님을 보니 ‘목사님도 가사를 틀릴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안도하는 것 같았다. 오늘도 작은 일로 한 영혼에게 위로를 줄 수 있어서 기쁜 하루였다.” 장로님이 다른 장로님들에게 목사님의 그 일기를 보여 주자 모든 장로님들이 방바닥에 퍼지고 앉아서 한바탕 울었습니다. 교인의 허물을 가려주고 싶은 목자의 배려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었고, 그런 목사님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 회한이 가슴에 복받쳤기 때문이었습니다. 남의 수치와 허물을 가려 주기 위해서 나의 수치와 허물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목자의 마음을 왜 진작 알지 못했는지 장로님들은 오랫동안 가슴이 아팠습니다.

독자 여러분, 여러분은 가장 가까이 있는 여러분의 배우자의 허물을 덮어주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는 편입니까? 이상하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배우자의 허물을 이야기 소재로 삼는 것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합니다. 그것을 미덕으로 압니다.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장 가까이 있는 배우자의 허물도 덮어줄 수 없다면 우리는 사실 다른 사람의 허물을 덮어 줄 수 없는 사람인지 모릅니다. 교회를 섬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개 집사가 알았으니 이제 온 교회가 다 아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교회 안에는 비밀이 없다.” 이런 말이 교회 안에서 회자되는 것은 사실은 교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입니다. 십자가 희생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모든 허물과 죄를 덮으신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 진짜 맞는지 물어야 할 문제입니다.

 

 

 

  완전하신 하나님은 그 어떤 대상에게도 허물을 보이시지 않지만, 모두 죄인들이고 불완전한 존재들인 우리는 하나님만이 아니라 인간인 서로서로에게도 많은 허물을 보이게 됩니다. 남의 허물 보기를 즐거워하고 오래 기억하고 들춰내려는 마음은 불행한 마음이고, 남의 허물을 안 보려고 하고 금방 잊어버리고 덮어주려는 마음은 행복한 마음입니다.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우리의 허물을 다 덮어주신 것처럼 우리도 다른 사람의 허물을 덮어주고 가려 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예수님을 닮은 거룩한 인격을 갖추게 되고 예수님을 따르는 예수님의 참된 제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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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석 목사] 틀리게 찬송 부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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