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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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총장(에반겔리아 대학교)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나 예수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자신의 확고한 신앙으로 고백합니다. 기쁜 일이 있거나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을 당할 때도 성도들의 입에서는 너무도 쉽게 “주여!”라는 말이 어쩌면 습관처럼 나오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향해 ‘주님’이라고 고백할 때는 아마도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담을 것입니다.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를 죄 가운데서 구속해 주신 ‘구주’(savior)라는 의미와, 다른 하나는 이제는 그분이 나의 삶을 주관하시는 ‘주인’(lord)이 되신다는 의미입니다. 그리스도의 주되심에 대한 이와 같은 고백은 모든 신실한 교회와 성도들의 핵심적인 고백이며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의 주되심의 의미를 지나치게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는지 진지하게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2:11절에서 빌립보 교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어떤 맥락 가운데서 그리스도의 주되심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빌립보 교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관한 가르침이라는 맥락입니다(빌2:2-4). 빌립보 교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이 사랑은 공허한 감상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모양을 가지는 사랑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남의 유익을 생각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유익을 나의 유익으로 삼는 사랑입니다. 사랑의 삶이란 단순히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의 삶을 구체적이며 실천적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마음이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볼 때 그분을 향한 진정한 사랑의 마음이 작용하게 되고, 이 사랑의 마음은 곧 종의 봉사라는 구체적인 형체를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바울은 계속해서 종이었던 그분이 이제 승리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적인 종 되심으로 인해서 하나님은 그를 높이셨습니다. 종이 주인이 되고, 노예가 주인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신 목적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모든 무릎이 예수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인정하며,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도록 하여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고백하는 맥락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이 중요한 문제를 지나치게 주관적인 의미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스도를 주로 인정하고 고백하는 것은 그를 우리 삶의 주인으로 모시는 것(to make him Lord in our lives)이라고 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바울은 아주 분명하게 다른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우리가 이것 또는 저것을 행함으로써 그리스도를 주인이 되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바울은 ‘그리스도는 주’(Christ is Lord)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고 인정하며 고백할 때 우리가 진정으로 인정하고 고백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 문제에 관한 바울의 가장 분명한 생각을 우리는 그의 또 다른 서신인 에베소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에베소서 1:20-23에서 바울은 그리스도의 주되심은 모든 정사와 권세와 권위를 다스리게 하심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모든 것 위에 올리셨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우리의 삶을 억압하는 그 어떤 구조도 더 이상 필연적인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그 어떤 것에도 속박당해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스도가 모든 것의 주인이시며 그리스도가 모든 것을 다스리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주되신다고 우리가 고백할 때 고백하는 내용입니다.

  여기에 바울이 추가하는 것은 인간의 삶을 억압하고 하나님의 목적을 저해하는 모든 능력을 다스리시는 그리스도의 주되심은 교회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의 주되심은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 즉,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그리고 그 사랑으로부터 살아가는 교회의 유익을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는 주라고 인정하고 고백하는 것은 인간의 삶을 노예로 만드는 모든 능력이 파괴되었다는 확신 속에서 자기를 내어주는 사랑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사랑의 삶은 바로 주님의 몸 된 공동체인 교회의 유익을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주되심의 의미를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께 주인이 되셔서 통치하시도록 우리의 문화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로만 이해하는 것은 지극히 피상적인 이해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노력과 관계없이 이미 우리 삶의 주인이 되시는 분이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면서도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적 사랑과 봉사의 삶을 살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리스도께서 머리가 되시는 교회의 유익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예수는 주’라고 하는 그러한 고백은 피상적인 입술의 고백에 불과할 것입니다. 우리와 우리의 언약의 자녀들이 그리스도의 주되심의 진정한 의미를 올바로 깨닫고 실천한다면 교회는 진정으로 어두운 세상에 빛을 밝혀주는 샬롬의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칼럼의 완본은 gncnews.net 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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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총장] 그리스도의 주되심(Lord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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