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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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부산 좋은나무교회)

 1년에 한두 번, 외가댁에 갈 일이 아니면 지나지 않는 길이다. 오르락내리락, 구불구불, 휘청휘청. 아스팔트와 푸른 산만 보이는 이 길은 여전하다. 여전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늘 그 지점이 되면 어머님이 아버지를 황급히 부르며 차를 세우신다.


 “차 좀 세워줘!”


  참지 못하고 오늘도 엄마는 멀미의 끝을 보여주신다. 늘 같은 지점에서 그러는 엄마가 어린 내 눈에도 신기하다. 온 가족이 그런 엄마를 놀린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엄마가 차에 다시 타시고도 여전히 삼부자는 유일한 여성인 ‘한정혜’씨를 놀려먹는다. 차는 다시 그렇게 대전을 향해 출발한다.


  나는 오늘 전학을 간다. 고향과 부모님과 이별을 하게 되었다. 두 살 어린 동생과 함께 대전이라는 낯선 곳에서 외할머니와 생활을 하게 되었다. 어머님은 그것을 유학이라고 하셨다. 입학 후 5학년까지 늘 최상위 학업성적을 유지하며 반장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아들이 시골에서 살기에는 아까우셨단다.


 “대전에서 동생과 같이 살 수 있겠어? 엄마, 아빠는 너희가 가서 공부도 잘하고 성공한 사람이 되면 좋겠어.”


  우리 부모님은 인격적이시다. 우리에게 의견을 물어오셨고 나는 크게 망설임 없이 가겠다고 대답했다. 두렵지는 않았다. 가서도 공부 잘 할 자신이 있었고,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징징거리지도 않을 것 같았다. 다만 전교어린이회장을 못해보고 떠나는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게 1톤 트럭은 어느 때 보다 가볍게 우리 네 식구를 태우고 열심히 달린다. 카세트에는 구수한 ‘김란영 카페음악’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늘 나오던 노래였기에 나도 익숙함에 같이 흥얼거린다.


  ‘안녕, 청송.’

 

삽화 굽은길.jpg
<삽화작가 : 김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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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 안녕, 청송(靑松) : 촌놈 유학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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