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7-2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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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부산 좋은나무교회)
「만화방 교회 이야기」 저자
「좋은인터뷰」 유튜브 채널 운영

 “소장님, 어디 공사 있나요? 너무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 나요.”

 

아파트 내 크고 작은 공사가 있으면 보통은 관리실에 신고한다. 공용 부분의 공사는 물론이고 세대 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관리실에서 모를 수 없다. 그런데 공사하는 소리가 난다는 민원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신고가 안 된 공사가 있었나? 확인해 봐야겠군.’ 어차피 늘 있던 아파트 순찰이 오후에 있던 터라 점심 식사를 서둘러 마쳤다.

승강기 12층을 눌러 가장 위에서부터 계단을 타고 내려오며 각 층을 확인한다. 1층 출입구 비밀번호를 어찌 알았는지 동네 마트 광고지가 세대마다 현관에 붙어 있다. 그냥 둬봐야 입주민에게도, 붙여둔 알바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내려오며 하나씩 수거. 바닥에 떨어진 마스크도 줍고. 갑자기 비가 올 수도 있으니 열어둔 창문도 닫는다. 1~2라인에는 공사 흔적이 없다. 골치 아픈 상황도 없다. 땡큐.

옆 라인을 살피기 위해 12층에 올라간다. 문이 열리며 몹시 당혹스러운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할머니 한 분이 얇은 옷 하나만 걸치고 채소를 현관에 풀어둔 채 다듬고 있다. 양도 엄청나다. 이곳은 계단과 이어지는 공용 현관인데 여기서 뭐 하는 건가 싶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안부 인사를 드린다. 당황하지 않은 표정과 다르게 총총거리며 속히 아래층으로 걸음을 옮긴다. 가득 쌓인 채소를 보니 떠오르는 엉뚱한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난다. 나도 관리인 다되었네.

 

‘음식 쓰레기통 금방 차겠구나.’

 

몇 층 내려가지 못하고 다시 걸음이 멈춰진다. 할머니 한 분이 나를 보자 잘 만났다며 잠시 들어와 보라 하신다. 집안의 소소한 일을 자주 문의하시는 분이라 내심 긴장된다. ‘이번에는 무슨 일일까?’ 재촉하시는 소리에 따라 들어가 보니 텔레비전이 안 나온단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좀 봐달라고. 나라고 뭐 아나. 그냥 이리저리, 집에서 하듯이 만져본다. 셋톱박스 확인하고, 선을 다시 연결해보고. 문제를 찾지 못하며 끙끙거리다가 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겨우 해결을 한다. 휴, 일단 해결은 했다. 시원한 거 한잔하고 가라는 어르신을 뒤로한 채 얼른 집을 나선다. 더 앉아 있다가는 집안 가구를 옮겨야 할지도 모르기에.

 

계단을 내려오며 몇 분의 입주민, 몇 건의 민원과 더 마주한다.

 

“요즘 계단에서 냄새가 나요.”

“위층의 에어컨 물이 자꾸 떨어져요.”

“건너편 고물상 못 쫓아냅니까?”

 

관리소장은 슈퍼맨인가? 종류도, 난이도도 다양한 일들과 매번 마주한다. 단지 12층을 내려왔을 뿐인데 진이 빠진다. 내 체력이 문제인지, 사람들과 접촉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40세대의 크고 작은 민원을 받아내다 보면 경험치는 올라가지만, 기력은 소진된다. 태극권의 고수처럼 물 흐르듯 흘려보내야 할 텐데 아직 내게는 그만한 내공과 기술이 없다. 만신창이가 되어 관리실에 도착한다. 잠시 의자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보며 충전. 얼마지 않아 돼지국밥집을 운영하시는 입주민이 나를 큰 소리로 부르신다. 아주 밝게 웃으시지만 나는 그 미소의 의미를 경험상 이미 알고 있다.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보이는 나의 미소가 어쩐지 억지스럽다.

 

“어이~ 신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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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작가 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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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 아파트 순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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