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2-10(화)
 

장로교회는 회의체 교회이다. 당회, 노회, 총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치리는 회의를 통해 이뤄진다. 그렇다면 그 회의의 질서는 곧 교회의 질서이며, 그 공정성은 곧 교회의 양심이어야 한다. 회의가 무너지면 교회의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

 

  최근  경남의 예장 합동 총회 산하 한 노회 회무에서 참담한 회의 절차의 왜곡이 벌어졌다. 정식 안건 상정 없이, 임원회의 결정만으로 총회 총대 후보로서의 피선거권이 박탈되었고, 당사자는 해명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심지어 이의를 제기하거나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한 다른 노회원들의 발언권마저 제한되었다. 정회 후 속회된 본회의에서 한 노회원이 여러 명의 서명이 날인된 연명부와 함께 이의를 제기하는 안건을 정식으로 상정했지만, 신임 노회장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며 24시간 이내에는 재논의할 수 없다’는 이의제기를 인정해 기각해버렸다. (※ 노회 규칙 또는 총회 헌법, 만국통상회의법에서 '24시간 이내 재론 불가'의 근거가 되는 조항은 찾을 수 없었다.)

 

  임원선거를 앞두고 정회를 하기 전에는 노회장이 선거관리위원장에게 제척사유가 있다며 “파면”을 선언했다. 당시 노회장은 “선거관리위원회는 일시적인 기관이며, 선거 후 해체되는 조직이다”, “선관위가 부정을 저질렀기에 노회에서 제지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선관위원장의 직을 박탈했다. 그러나 해당 노회 규칙 제16조 5항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장은 직전 노회장이 맡게 되어 있으며, 이는 임명직이 아니라 규칙으로 정해진 직책이다. 이러한 결정이 회의 결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절차의 정당성을 크게 훼손한 것이다. 선거의 공정성은 구성원의 신뢰로 유지되며, 위임된 권한은 결코 자의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

 

  이 두 사례는 모두 명백히 헌법과 회의법 모두에 반하는 처사다. 예장(합동) 헌법 정치편은 노회가 회의체임을 선언하고 있으며, 모든 결의는 회의 구성원의 다수결에 따라야 한다고 밝힌다. 회의의 절차는 노회 규칙을 따르며, 규칙에 명시되지 않은 미비한 부분에 있어서는 만국통상회의법(로버트의 의사규칙, Robert’s Rules of Order)을 따른다고 되어 있으며, 이는 의장이 결의 없이 독단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회의에서 총회 총대 후보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일은 교회의 공적인 치리 행위이다. 그리고 설령 그 제한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그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교회는 공의를 상실하게 된다. 치리회의 권위는 그 내용만이 아니라, 진실하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이러한 조치는 반드시 회의 안건으로 상정되고, 당사자의 소명 기회가 보장되며, 전체 회원의 토론과 표결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 임원회는 단지 행정적 보조기구이지, 노회를 대신해 피선거권을 박탈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더욱이 피선거권 박탈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사전 보고 없이 의장이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이의 제기조차 봉쇄한 것은 회의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이는 결국 교회의 공의를 가리는 일이며, 그 피해는 특정인만이 아니라 전체 공동체가 입게 된다. 회의는 누구의 것도 아닌 전체의 것이며, 하나님 앞에서의 책임 있는 결의의 자리여야 한다.

  회중의 권리를 대리하는 총대의 피선거권이 정당한 절차 없이 침해된다면, 이는 단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그 회중 전체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이다. 교회의 질서는 행정이 아니라 진리로부터 비롯되며, 그 진리는 겸손과 공의 위에 서 있어야 한다.

 

  교회의 회의가 오만과 독선으로 흐를 때, 그것은 하나님의 공의를 외면하는 길이 된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잠언 16:18)는 말씀은 회의 자리에 앉은 모든 이들이 두려움으로 붙잡아야 할 경고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노회는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회의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진정한 회의의 회복 없이는, 교회의 개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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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의 없는 회의, 노회는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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