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6(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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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목사(진해영광교회)

I. 서언(序言)

 

어떤 목회자가 설교 시간에“남편이 아내를 부를 때 ‘여편네’라고 부르는 것은 남편의 옆에 있기 때문에 ‘옆편네’라고 한 것이 변하여 ‘여편네’가 된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용어해설은 다소 무리가 있다. 그 이유는 구체적인 어원 분석에서 논하기로 하고, 전체적인 면으로 본다면 우리말의 호칭과 지칭어는 너무 다양하여 제대로 알고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앞에서 논한 대로 가장 가까운 부부간의 용어들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기고들에서 두 번이나 논한 적이 있었다. 다시 간략하게 논하면, 신혼부부의 경우에 배우자를 서로 부르는 말, 40, 50대 이상의 중년, 노년 부부들이 사용하는 용어들이 각각 다른 경우들이 많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배우자를 소개 할 때 부르는 말 등도 사람과 환경에 따라서 다른 경우들이 많다. 본 호에서는 이런 잘못 사용하고 있거나, 바로 표현했다 할지라도 그 용어의 어원들을 살펴보고 그 뜻의 정확성을 논하고자 한다.

 

II. 남편이 아내를 향한 호칭(呼稱)어와 지칭(指稱)어(2)

 

1. 아내 : 7~8년 전 예장 통합교단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향한 지칭어를‘아내’로 통일하자고 교단 내 교회들에게 권장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이에 대한 보편적인 견해는 남편은 주로 밖에서 활동하는 일이 많은 반면 아내는 집안에서 활동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아내’, ‘여편네’, ‘안 사람’, ‘집사람’, ‘내자’등의 많은 지칭어들이 생겨졌다고 보고 있다. 이는 아내를 높여 부르는 ‘부인’이란 말도 마찬가지다. 부(婦)자를 분석하면, 아내 ‘부(婦)’자로서‘여자가 빗자루를 들고 집안 청소를 하는 모습’을 의미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아내’라는 말은 활동 범위가 집안에 있다는 의미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 이를 좀 더 어원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내는 원래 ‘안해’라는 말에서 출발했다고 본다. 또한 안은 안‘내(內)’자 이고 ‘해’는 의존 명사로서 소유를 뜻하는 ‘것’이란 뜻이다. 그 유래를 보면 신라시대의 ‘처용가’에서 “둘은 내 해엇이고, 둘은 뉘 해언고”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의 ‘해’는 ‘내 것’이란 의미였다. 16세기 이전에도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경상도 사투리에 ‘네 것이다.’란 말을 ‘니 해라’고 하는 말로 아직 남아 있고, 북한에서는 지금도 아내를 ‘안해’로 표기하고 있다. 종합해서 볼 때 ‘아내’는 남편의 입장에서 ‘집 안에서 일하는 나의 사람’, ‘가정주부’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요즈음 같은 부부가 같이 일하거나 양성평등의 시대에서는 맞지 않는 용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에 있어서는 그래도 가장 무난한 보편적인 지칭어는 ‘아내’라고 할 수 있다.

 

2. 여편네 : 아내를 낮추어 지칭할 때 ‘여편네’하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이는 너무 낮추어 부르는 비속어로서 ‘여편(女便)’에다 ‘집단’을 뜻하는 접미사 ‘-네’를 붙인 것이다. 그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앞서 논한대로 “남편 옆에 있기 때문에 여편네”가 된 것은 아니다. 비속어이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는 것은 정서적으로도 좋지 않은 표현이다.

 

3. 마누라 : 앞의 여편네와 마찬가지로 마누라도 주로 아내를 낮추어 지칭할 때 하는 비속어이다. 하지만 그 유래를 본다면 비속어는 아니다. 원래 이 말은 고려후기 몽고의 ‘마노라’라는 말에서 조선시대에는 ‘대비 마노라’, ‘대전 마노라’등으로 ‘마마’와 같이 사용하던 극존칭이었다. 따라서 이는 낮춤말이 아닌 ‘노비가 상전을 부르는 칭호’로나 ‘신하가 임금이나 왕후에게 가장 높여 부르는 극존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에게만 사용되는 비속어로 취급받고 있다. 그런데 왜 이 말이 낮춤말과 비속어로 떨어지게 되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III. 결 어

 

이상에서 본대로 가장 가까운 부부간의 호칭어와 지칭어 하나도 너무 다양하고 복잡한 용어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아내란 정상적인 지칭은 좋으나 잘 모르거나 생각 없이 여편네, 마누라 등의 비속어를 사용함으로서 부부간에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들도 흔히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만 보더라도 부부간에 적절한 바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쟁반에 금 사과니라.’(잠25:11)는 말씀을 조용히 묵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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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목사] 가정에서의 호칭어와 지칭어 : 남편이 아내에게(2)/아내, 여편네, 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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