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신재철 목사(부산 좋은나무교회).jpg
신재철 목사(부산 좋은나무교회)
「만화방 교회 이야기」 저자
「좋은인터뷰」 유튜브 채널 운영

 개척의 세팅이 어느 정도 되었다. 테이블, 책장, 조명, 음향 등. 이제 성도만 있으면 된다. 말은 쉬운데, 가장 큰 어려움이 사람 채우는 것 아닐까? 교회 안에 성도가 채워지는 세워지는 것은 내 노력, 능력, 환경으로 장담할 수 없다. 지인들에게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야근한다고 해서 부흥이 된다면 나는 일주일의 칠일을 야근했을 것이다.” 개척교회에 사람이 들고 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제 교회 외형이 갖추어졌고 난 개척교회 목사가 되었다. 멋진 선배 목사님들의 간증처럼 밤새 기도하며 이곳을 지키면 된다. 그렇다. 나는 요즘 늦은 밤까지 교회를 지키고 있다. 행정적으로 정리할 것이 많아서? 열정적인 기도로? 전문서적을 뒤적이며, 눈을 비벼가며 만드는 좋은 설교 작성으로? 아니다. 만화에 푹 빠졌다. 이 글을 쓰면서도 조금 민망하고 부끄럽다.

 

예배당 세팅이 끝나고 공간을 둘러보니 온통 만화책이다.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던 만화 위주로 채우다 보니 이곳은 어느덧 천국이 되어 있었다. 내가 10대 때 좋아했던 그 책, 최근에 유행하는 웹툰까지. 만화가 가득하다. 게다가 어릴 적에는 비싸서 사지도 못했던 책이 전질로 줄을 지어 서 있다. 밤이 맞도록 만화 속 주인공과 깊은 교제를 나누며 즐거움을 누린다.

 

이번 주는 어떤 책을 정주행 할까?”

 

개척교회 목사인 내게 두려움은 없다. 적어도 지금은. 오늘은 소년 만화, 내일은 소녀 만화, 그리고 드라마 원작인 웹툰까지. 대학부터 치열하게 달려온 나의 삶에 하나님께서 개척의 시점에 이렇게 잠시 쉼을 허락하셨다. ‘개척했는데 진짜 만화 보고 있어도 되나?’ 나를 무겁게 누르던 약간의 불편함을 외면하며 일단은 책장을 넘긴다.

 

늦은 밤까지, 결코 교회를 떠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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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작가 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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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 늦은 밤까지, 교회를 떠날 수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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