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4(화)
 
박봉석 목사(마산중부교회)-2.jpg
박봉석 목사(마산중부교회)

  현대인들은 하던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고 생각되었을 때에 ‘이판사판이다.’라는 말을 씁니다. 사실 이 말은 불교 용어로서 우리나라 조선 시대에 생성된 말이었습니다. 고려가 무너지고 조선이 건국되면서 건국이념으로 숭유억불(崇儒抑佛)을 표방하였습니다. 고려시대에 폐단이 많았고 왕실의 타락을 조장했던 불교를 억제하고 유교를 장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불교는 하루아침에 탄압의 대상이 되었고, 그에 따라서 승려는 천민 계급으로 전락하였고 도성 출입도 금지되었습니다.

그런 위기 가운데서 승려들은 활로를 모색했는데, 그 하나는 불교의 사찰을 존속시키는 것이었고, 또 다른 다른 하나는 불법(佛法)의 맥을 잇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승려들은 여러 가지 잡일을 하면서 절의 운영이 유지되도록 하였는데 그런 승려들을 사판승(事判僧)이라고 불렀습니다. 반면에 또 다른 승려들은 불법(佛法)을 연구하고 전수하며 참선 등의 수행에 전념했는데 이런 승려들을 이판승(理判僧)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므로 이판사판이라는 말은 숭유억불 정책 하에 천민으로 전락해 버린 승려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가장 최악의 상황에 이른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끝장이라는 말인 것이지요.

사실 기독교가 로마 시대 때에 처음으로 전파될 때에 그리스도인들과 교회 또한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이판사판을 경험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는 유대인들에 의한 박해만이 아니라 다신교의 로마 사람들에 의해서도 많은 박해를 받았고, 그리고 로마의 네로 황제나 도미티아누스 황제 때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박해를 받고 순교의 제물이 되었습니다. 진짜 기독교의 이판사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은 점점 많아지고 교회도 점점 더 늘어났습니다. 그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판사판의 상황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고 주님의 말씀을 따라서 거룩한 삶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극심한 타락한 시대를 사는 로마의 사람들이 다른 데서 경험하지 못하는 감화를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이 세상만이 아니라 기독교도 이판사판의 상황으로 몰리는 것 같지만 바로 이 때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은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주님을 닮은 거룩한 삶을 살아갈 때에 이 세상은 그런 그리스도인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주님께로 나아오는 역사가 많이 일어날 것입니다.

미국의 정치가였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자기가 살고 있는 필라델피아 시민들에게 그리스도인으로서 뭔가 선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위해서 기도하는 중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는 자기 집 앞에 작은 선반 하나를 만들고는 거기에다가 예쁜 등을 하나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그 등에 불을 켜놓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동네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등불은 집 안에서 켜는 것인데 그렇게 집 밖에다 등불을 켜 놓는 것은 낭비라고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뭔가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집 밖에 등불을 켜두니 밤에 그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빛 가운데서 길을 잘 걸어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좋게 생각한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기들도 집 밖에다 등불을 켜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밤에도 그 지역의 길거리는 대낮처럼 환하였고 그래서 사람들은 허둥대지 않고 길을 걸을 수 있었고 범죄율도 현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이것이 출발점이 되어서 가로등이라는 것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이 벤자민 프랭클린의 이야기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알게 해 줍니다. 죄로 인해서 점점 어두워져가는 이 세상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신 주님 말씀 따라서 빛이 되어서 살아갈 때에 세상 사람들은 그 빛에 감화를 받고 빛의 근원이신 주님께로 나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더 어두워진 이판사판의 때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더욱더 주님을 닮아가는 거룩한 빛의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마산중부교회 박봉석 목사

태그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박봉석 목사] 이판사판?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