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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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작가 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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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

   경상북도 시골 작은 교회에서 진행된 수련회. 며칠간 이곳에서 예배 찬양을 섬기게 되었다. 신학대학 동료들이 집회를 함께 섬기며 봉사하고 있었기에 큰 불편이나 이질감은 없었다. 전형적인 농촌이었기에 고향에 온 것 같은 정서적 평안함도 연속된 사역에 지친 내게 오히려 힐링이 되고 있다. 사실 여름 사역이 너무 많았고 대전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만만치 않아서 집회 요청이 왔을 때 거절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었다. 평소 거절의 기술에 능하지 못했던 나는 결국 기타를 매고 이곳에 도착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이번 일정이 내 삶을 뒤집어 놓을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을 꿈에도 몰랐다. 단지 여러 일정 중 하나였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예배는 은혜 가득했다. 잠시 쉬는 시간이면 읍내 작은 슈퍼마켓으로 음료와 아이스크림도 사러 나가고 오가는 길에 즐기는 시골 풍경은 피로를 덜어주기에 충분했다. 찬양 인도가 나의 메인 포지션이었지만 동문과 섬기는 작은 집회에 그런 것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가장 막내였기에 잡일에 잔심부름까지 맡으며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좋은 시간이었지만 여름방학 내 계속된 집회 일정에 육체적 고단함이 한계까지 차올랐다. 진행 요원들은 분주하지만 한쪽 구석의 철제 의자에 잠시 몸을 맡긴다.

 

 “아, 그러세요?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

  

한사람이 눈에 보인다. 아주 작고 귀엽게 생긴 자매님이 여기저기 누비며 사람들을 돕고 있다. 너무 바쁜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고도의 훈련을 받았거나 천성이다. 다른 곳을 보다가도 자꾸만 그 자매님의 동선을 좇아 눈길이 간다. 무엇을 찾고 있는지, 무엇을 들고 가는지, 어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지를 보게 된다. 큰일이다. 찬양인도자가 이렇게 한눈팔면 안 되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수련회가 끝날 때까지 나는 그 자매가 누구인지 은밀하게 알아가기에 바빴다. 한 사람을 발견했다는 기쁨을 획득하며 수련회도 끝이 났다. 전국에서 모였던 스텝은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흩어지게 되었다.

  

“너네 학교 선배인데 몰랐어?”

  

나보다 두 살이 많은 학교 선배라는 사실과 이름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도 걸어보지 못했고 연락처는 당연히 받아내지 못했다. 이렇게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없다. 마음이 조급하다. 터미널에서 연락처라도 받아보려 했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남자 선배들의 방해가 있었다. 결국에는 아무런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나는 포기 못한다!”

  

집에서 쉬다가 벌떡 일어나 컴퓨터 전원 버튼을 급히 눌렀다. 알고 있는 정보로 찾아보자. 싸이월드는 가능했다. ‘검색’ 아... ‘78년생 이지현’은 정말 많았다. 엄청난 숫자의 전국의 ‘이지현’씨 홈페이지를 하나씩 방문했다. 페이지를 넘겨 가며, 넘겨 가며. 지쳐갔지만 반드시 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클릭을 멈추지 않았다. 드디어 그녀의 얼굴이 나타났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오늘에서야 이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안녕하세요. 수련회에서 찬양을 섬겼던 신재철 전도사입니다.”

 

 홈페이지 프로필에서 알게 된 전화번호. 통화를 시도한다. 가슴이 떨리고 긴장이 된다. 전화를 받은 자매님은 여전히 친절했다. ‘선배’라는 애매한 호칭, ‘전도사님’이라는 불편한 호칭을 하며 매일 같이 전화를 하고 문자를 한다. 연애일까? 잘 모르겠지만 내 가슴은 즐겁게 뛰고 있었다.

 

 

에필로그

  

어렵게 찾은 자매님은 지금도 나와 같이 예배를 드린다. PPT를 다루고 성도들을 돌보며 개척교회를 섬기고 있다. 당시 친절했던 미소는 사춘기 아들 둘이 누리는 복지가 되었다. 분노할 상황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에게 나의 아이들은 고백한다. ‘우리 엄마가 최고야.’ 잠시 고생해서 찾은 이름 세 글자가 지금까지 내 삶을 평온케 할 줄, 생각이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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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 흔한 이름 : 싸이월드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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