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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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

  이번에는 노래방 삐끼다. 삐끼는 기본적으로 머리를 숙이고, 웃음을 팔아야 한다. 나를 통해 손님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게 해야만 한다. 지금은 심야 노래방 영업이 금지되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래도 노래방은 돌아간다. 밖에서는 고용된 삐끼들의 호객행위가 이어지고 성공하면 가게 안에 무전을 날린다. 그러면 내려진 셔터가 열리며 손님이 들어간다. 물론 셔터는 다시 닫힌다. 나는 그 호객행위를 담당하는 알바다. 노래방 서빙으로 알고 갔다가 일을 하기로 했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 일단 해보기로 했다. 일을 해야 핸드폰 요금도 내고 학교도 갈 수 있다.

 

“형님, 노래방 어때요? 음료수 서비스 됩니다.”

 

다양한 형태의 행인이 지난다. 커플, 얼큰하게 취한 사람들, 짙은 화장의 누나들. 손님과 가벼운 밀당 후 성공하면 노래방 관계자에게 무전을 보낸다. 그리고 닫혀진 셔터 앞까지 안내한 후 열린 문으로 들여보내며 힘차게 인사를 한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여기까지가 내 역할이다. 오늘도 하얗게 불태웠다. 몇 팀이나 들어갔을까? 심지어 성공한 손님 중에 고등학교 동창도 있었다. 영업용 미소를 친구에게 보이며 노래방 이용을 부탁하는데 너무 부끄러웠다. 철저한 손님 마인드로 나를 대하는 동창 녀석이 얄밉기도 했다.

 

아침과 맞닿은 새벽 시간. 이 때면 손님도 없다. 비틀거리는 사람보다 이른 출근하는 사람이 더 보이는 시간이다. 그래도 퇴근까지는 조금 남았으니 대기. 잠시 등받이 없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숨을 돌린다. 생각이 많아진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신학대학을 다녀야 할까?’ 친구들은 용돈 벌이로 아르바이트하는데, 먹고 사는 문제로 일하는 나를 보니 좀 서글프다. 길게 할 일은 아니라고 토닥여 보지만 괴로움이 털어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손에서 버려져 길가에 널브러져 밟힌 수많은 전단지가 내 삶과 겹쳐진다.

 

“오늘 손님 좀 있었어?”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 대전역 앞 사창가에서 호객하는 아주머니다. 이제 얼굴도 익은터라 편하게 이 시간이면 대화도 이어간다. 나이는 있어 보이지만 예쁘장하게 생긴 아주머니. 이분도 많은 사람에게 영업용 미소를 날리며 자괴감을 느꼈을까? 신학생이 왜 이 일을 하냐 물어오는데 근사하게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게요.”라는 말로 나를 감춰 본다. 아주머니의 불편한 질문에 심드렁한 음성으로 아줌마는 왜 일하냐는 반문을 날려본다. 우리는 오히려 더 어색해졌다. 둘 다 그냥 하늘만 본다. 서로의 삶에 관여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다. 아직은 자고 있을 여자친구에게 혹시나 문자 한 통 오지않을까 싶어 내 016 PCS를 만지작거린다.

 

“휴... 하나님, 얼른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요.”

 

 

* 삐끼

 

음식점이나 유흥업소 따위에서 손님을 끌어들이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비슷한 말 : 호객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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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 노래방 삐끼가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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