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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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좋은나무교회)

 안수받으면 슈퍼맨이 될 줄 알았다. 성령의 뜨거운 능력이 내 온몸을 감싸며 능력치가 상승할 줄 알았다. 설교의 탁월함이나 은사까지는 아니라도 무엇인가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목사 안수 후 내 삶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교회에서는 차량운행과 교육부서 아이들 예배, 찬양 인도로 분주한 사람이었고 가정에서는 코빼기 보이지 않는 못난 남편, 아빠였다.

 

 

“아, 그 문제를 어떻게 풀지?”

 

 

교회의 여러 가지 난제를 두고 고민하며 교회 물품을 사기 위해 광복동 거리를 걷는다. 교회의 사역도, 나의 진로도, 집안의 어려움도 내 힘으로 감당하기에는 어느 하나 가벼운 것이 없다. 그렇게 발걸음도 무겁게 이동할 때 누군가 말을 건넨다.

 

 

“참, 덕이 많아 보이세요.”

 

 

덕은 그 사람이 더 충만해 보인다. 복장은 촌스러울 정도로 수수했지만, 목사인 나보다 더 친절한 음성과 미소를 장착했다. 자기 정체를 밝히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정해진 패턴의 이야기. 그는 현대판 도인이었다. 조상 이야기, 제사 이야기를 풀어가며 그가 내게 던진 마지막 말은 역시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도를 아세요?”

 

 

“네, 도(道)를 찾는 구도자는 아니고요. 도(道)를 전하는 전도자입니다. 같은 종교인인데 저에게 너무 힘 빼지 마세요. 저는 개신교 목사입니다.”

 

 

상대가 흠칫 놀란다. 나의 친절함에 놀랐을까? 아니면 나의 정체에 놀랐을까? 그 답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는 크게 손사래를 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도를 전할 때 보다 목소리가 더 컸다. “에이, 아무리 우리가 귀찮아도 그런 말씀 함부로 하는 거 아닙니다. 목사님 사칭하면 못 써요!” 그의 과한 손짓에 나는 공중에서 쫓겨 다니는 파리가 된 줄 알았다. 내가 목사라는 사실이 그렇게 충격적일까? 겸연쩍음에 내 복장을 살피고, 죄 없는 내 손도 본다. ‘저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도인 앞에서 목사는 몹시 당황스럽다.

 

나는 한동안 도(道)와 진리(眞理)가 아닌 나의 정체성을 두고 그와 옥신각신했다. ‘이게 뭐라고.’ 나도 자존심이 상했을까? 목사 신분증이 있다면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끝없는 이상한 논쟁도 끝이 나고 그는 나의 자백을 듣지 못하고 한 마디 남기며 돌아섰다. “앞으로 그러지 마세요. 그러다 벌 받아요.” 내가 진 느낌이다. 당당하게 갈 길을 가는 그와 다르게 나의 목소리는 주눅이 들었다.

 

 

“나 진짜 목사 맞아요......”

 

 

에필로그

 

 

지금은 어디 가면 많이 듣는 말. “전도사님이세요?” 종교인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벌써 목사가 된 지 10년이 넘어간다. 이제야 전도사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은 생각도 든다. 승진된 느낌이랄까?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그 도인 앞에 평가를 받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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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김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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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 저 진짜 목사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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