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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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총장(에반겔리아 대학)

 어린 시절 초등학교(옛 국민학교) 가을 운동회는 많은 분들의 뇌리에 아직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시골 학교 가을 운동회는 전교생을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먼지 나는 운동장에서 하루를 즐기는 동네 축제였다. “보아라 이 넓은 싸움터에 청군과 백군이 싸운다. 청군과 백군이 싸우면 틀림없이 백군(자기편)이 이긴다. ……”는 응원가를 소리 높여 불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Victory! Victory! V-I-C-T-O-R-Y!” 유창한 영어 발음으로 함께 응원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운동회에서 피날레는 역시 맨 나중에 펼쳐지는 계주였다. 좀 발이 빠른 주자는 바통을 받기 위해 아예 미리 좀 뒤로 나와서 힘겹게 쥐어 주는 바통을 받아 빠르게 달렸고, 비교적 빠르지 못한 주자는 앞으로 좀 나와서 발이 빠른 주자가 조금 더 달려서 넘겨주는 바통을 받아 달리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바통을 놓치지 않고 잘 넘겨주고 또한 잘 받아 완주하는 것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에서 최초로 개최된 올림픽이었다. 이 올림픽은 ‘최초’라는 수많은 수식어들이 따라 붙었는데, 가장 이상한 일 중 하나는 릴레이 계주에서 메달을 딴 미국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계주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도입된 1928년 이후로 미국 팀은 한 번도 거스르지 않고 시상식 단상에 올랐고, 대개 금메달을 수상했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단 한 종목에서도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가? 미국 선수들이 바통을 놓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미국 팀은 스피드와 체력이 뛰어났지만 핸드오프 기술은 서툴렀다. 개인적으로는 뛰어난 주자였고 속도가 결코 뒤처지지 않았지만, 릴레이 팀으로서는 아니었던 것이다.

바통을 잘 받아 달리기는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성경은 그 특유의 솔직함으로 한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신앙을 계승하는데 실패한 극적인 사례들을 과감 없이 서술하고 있다. 엘리의 아들들이 타락한 이야기, 사무엘의 아들들의 부패, 다윗 왕의 추악한 죄악, 솔로몬의 교만과 어리석음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성경은 그 영웅들을 조금도 미화하지 않으며 그 기록에 어떤 덧칠도 하지 않는다. 성경은 이와 함께 개인에게나 이스라엘 민족에게 참으로 중요한 극적인 계승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스라엘이 그 고귀한 소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야훼를 향한 신앙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신실하게 전수되어야 했다. 왕들은 훌륭한 선조들처럼 여호와께 끝까지 믿음을 지켜야 했다. 선지자의 겉옷을 또 다른 선지자가 물려받아야 했다. 횃불이 꺼지지 않고 밝은 불빛을 내며 전달되어야 했다. 바통을 떨어뜨려서는 안 되었다. 그래서 모세는 여호수아에게 바통을 잘 물려주었고 여호수아는 그의 후계자들에게, 사무엘은 사울에게, 다윗은 솔로몬에게, 엘리야는 엘리사에게, 사도 바울은 믿음의 아들인 디모데에게 바통을 잘 물려주었다.

세대 간 교체를 실감나게 경험하면서 신앙의 경주를 달려온 세대는 이제 바통을 잘 넘겨주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오스 기니스(Os Guinness)가 강조하는 세 가지 도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첫째, 횃불을 전달하는 주자들은 후임자들이 현재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도전해야 한다. 자기 유산을 공고화 하는데 목적을 두는 주자는 바통을 잘 넘겨주지 못한다. 모세는 여호수아와 백성들에게 이제 떠날 때라고 말했다. 그들은 긴 세월을 광야에게 배회하며 허비했다. 여호수아는 그 후임자들에게 약속의 땅의 정복 과업을 완수할 때라고 말했다. 둘째, 다음 세대로 횃불을 전달하는 주자들은 후임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지나온 길을 기억하도록 도전해야 한다. 성경에서의 기억은 단순히 낭만적 추억이나 향수가 아니다. 오로지 감사와 겸손, 믿음과 소망을 고취하는데 목적이 있다. 하나님은 한 번도 우리를 실망시키신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러실 것이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하나님이 우리를 어떻게 인도해 오셨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기억은 감사와 신뢰 회복의 열쇠이다. 셋째, 다음 세대로 횃불을 전달하는 주자들은 그 후임자들이 언제나 미쁘신 하나님의 영원한 진리를 의지하도록 도전해야 한다. 견고한 것 같아 보이는 가정, 찬란한 영광을 구가하는 시대, 강력한 부흥도 한두 세대 이상을 이어가지 못한다. 해가 지지 않는 날도, 영광이 시들지 않는 영웅도 없다. 그러나 하나님은 변치 않으시고 그분의 자비는 무궁하고, 그분의 구원과 감찰하심과 회복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 그분은 우리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누울 때에라도 우리 믿음을 지켜 주시는 분이다.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시기” 때문이다(시 136).

 

 

 

  오스 기니스의 강조점에 네 번째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자 한다. 다음 세대로 횃불을 전달하는 주자들은 신앙의 계승은 개인적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적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명심하도록 도전해야 한다. 한 개인, 한 가정, 한 교회, 한 교단만 신앙의 바통을 잘 넘겨준다고 해서 하나님의 나라가 전진하고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신앙의 경주는 지역적이면서도 세계적이며, 심지어 우주적인 경주다. 복음에 빚진 한국교회가 복음의 빚을 갚기 위해 선교지 현지 지도자 양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는 신앙의 경주에서 바통을 잘 넘겨주지 못하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무엇을 전할지는 특별히 중요하다. 언제나처럼 우리의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우리 주님에 대한 온전한 신실함을 유지하면서 전수할 가치가 있는 것을 개인적이며 공동체적으로 다음 세대에 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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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총장] 신앙의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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