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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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열 목사(사천중앙교회)

 I. Kant(1724-1894년)는 죽음이란 자기라는 개인의식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다. 새는 죽는 순간에 슬픈 소리를 내지만 사람은 가장 착한 말을 한다고 하였다.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최후의 순간만은 선하게 되며, 제아무리 거짓된 자라도 죽는 순간만은 진실해 진다는 말이다.

유언이란 순간적인 생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생을 통하여 마음 깊이 간직하였던 생각이 진실된 말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언은 그 사람의 생의 목표가 되고 가장 귀한 진실이 되기도 한다.

불교의 창시자 석가는 임종 직전에 말하기를, 아 사랑하는 이들이여 아무쪼록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고 하는 이 한마디 말은 명심해주기를 바라오라고 하였다. 이 말은 석가의 인생관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가비라 궁전을 떠나 “生老病死”(생노병사)에서 해탈하려고 평생을 고행하였다. 모세는 바로 공주의 아들 됨을 거절하고 왕궁을 떠난 것은 잠시 죄악의 낙을 누리는 것 보다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고난받기를 더 좋아하였는데 그 이유가 상 주심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라 하였다. 같은 왕자의 신분으로 궁전을 떠나 고행, 고난의 길을 택한 이유가 얼마나 대조적인가? 더 나아가 예수님께서는 임종 직전에 “다 이루었다”라고 하였다. 이는 슬픔과 아쉬움이 없는 만족감과 승리의 환호성이다. 인류의 역사이래 그 누가 이런 말을 하였는가? 33세의 젊은 나이에 겨우 12명의 제자를 양성하셨지만, 저들의 배신과 당시 종교지도자들의 음모로 억울하게 십자가를 지고 죽어가는 순간에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많은 업적을 남겨 공로를 인정받아 후세 사람들이 기념비도 세워주고 추모해야 할 정도가 되어야만 다 이루었다고 고백할 수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촉나라의 제갈량은 신출귀몰한 모사꾼이었다. 숙적 위나라의 사마의 와 밀고 밀리는 공방전을 벌이던 때에 사마의 삼부자를 “호로곡 계곡”으로 몰아넣고, 화공작전을 펼쳐 꼼짝없이 죽게 만든다. 사마의는 사마사, 사마소 아들 형제를 부등켜 안고 제갈량의 작전에 걸려든 자신의 어리석음을 알고 울부짖을 때, 하늘에서 갑자기 소낙비가 내려 사마의 삼부자는 살아 도망침으로 화공작전이 실패로 돌아간다. 언덕 위에서 이를 보고 있던 제갈량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일을 도모한 것은 사람이나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이다, “謀事在人 成事在天”(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결과를 하늘에 맡기고 내가 할 일을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다. 제갈량이 결과만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말을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다 이루었다는 말씀의 의미는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결과를 하나님 뜻에 맡긴다는 뜻이다. 우리는 내게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바로 알고 나를 통해 이루시고자 하는 그 일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 다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은 누구나 빌립보서 3:12절의 바울의 고백 대로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는 미완성의 삶이며, 아쉬움과 유감스러운 삶이다.

한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잃었는가? 중요한 것은 내 생의 마지막 고백이다. “다 이루었다”는 승리의 개가를 부를 수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어떤 말을 남길 것인가? 유언이 내 삶의 핵심이며 인생관이 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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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열 목사] 다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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