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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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석 목사(마산중부교회)

 이전에는 제주도를 삼다도(三多島)라고 불렀습니다. 세 가지가 많은 섬이라는 것이지요. 그 세 가지는 돌과 바람과 여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주도에 가보면 돌로 만든 담이 지금도 꽤나 많습니다. 시골 집 담을 돌담으로 만들어 놓은 경우도 있지만, 심어 놓은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논과 밭에 야트막하게 돌로 담을 쌓아 놓은 것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돌담을 보면 대부분 구멍이 숭숭 뚫린 담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큰 돌로 담을 쌓을 때 그 사이에 작은 돌을 끼워 넣어서 담벼락을 완성하는 법인데 제주도의 담은 의외로 구멍이 많이 뚫린 모습이어서 의아하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큰 돌은 많은데 작은 돌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게을러서 대충 만들다 그만 둔 것일까?’ 뭐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렇게 담을 만든 것에는 나름대로의 뜻이 있습니다. 바람이 강한 제주도이기에 담벼락을 빈틈없이 완벽하게 만들어 두면 돌담이 그 바람을 견디지 못해서 결국은 담이 무너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바람이 지나갈 구멍을 두는 것입니다. 강한 바람이 불어오다가 그 구멍을 출구 삼아 통과하게 되고 그러면서 바람이 약해져서 돌담은 무사한 것이지요. 그것은 제주도의 땅 바닥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어느 지역보다 더 많은 집중호우가 내리지만 제주도의 땅은 대부분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비가 그렇게 억수같이 쏟아져도 금방 물이 빠져 나가버려서 비로 인한 피해가 다른 지역보다 현격하게 적다고 합니다.

우리 사람에 대입하여 봅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차곡차곡 마음에 다 담아 두는 사람도 있지만, 허허 웃으면서 쉬이 잊어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 살다 보면 마음에 불쾌한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고 또 소문에 휘둘릴 때도 있습니다. 그 때 그런 말들을 차곡차곡 마음에 담아 두면 병이 될 수 있습니다. 안 좋은 이야기가 내 귀에 들릴지라도 구멍이 뚫린 담을 통해서 바람이 빠져 나가듯이 그러려니 생각하면서 흘려보내는 여유가 우리에게 있어야 하겠습니다.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말들은 제주도 바람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때 바로 내 마음을 구멍이 숭숭 뚫린 제주도 돌담으로 만드십시오. 그러면 말로 인한 상처가 내 마음에 남지 않고 그 말의 바람이 나를 쓰러뜨리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지혜로운 말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과 반대로 할 때가 많습니다.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은혜는 내 마음에서 금방 잊어버리고, 반대로 마음에서 빨리 내어 버려야 할 내 가슴을 아프게 한 원수 같은 말들은 돌에 새기듯이 단단히 새겨 두고 기억합니다. 마음에 은혜를 새기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이 되고 행복을 잃어버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원수 같은 말들을 새기면 그것은 내 마음에 쓴 뿌리가 되어서 사람에게 부정적이 되고 그래서 행복을 잃어버립니다.

기도하며 지금 내 마음을 들여다보십시오. 지금 내 마음 속에 새겨져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내 마음에 원수를 자꾸 새겨서 계속해서 쓴 뿌리가 자라고 있지 않습니까? 내 마음의 원수를 어서 지워버리십시오. 성경에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것은 내 마음에서 원수를 지우라는 바로 그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학생은 공부가 손에 잘 잡히지 않고 직장인은 일이 손에 잘 안 잡히고 주부는 집 안 일도 하기가 싫어집니다. 그렇게 마음이 상처를 입어서 그것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몸도 함께 고통을 받고 또 삶이 엉망이 되는 것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참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잠언 16장 32절에서는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 이제 내 마음에 돌담 구멍을 더 크게 내는 작업을 기도하는 가운데 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말의 바람이 내 마음에 머물지 않고 빨리 빨리 빠져나가게 하십시오. 그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참 중요합니다. 마음의 돌담 구멍이 클수록 행복은 더 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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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석 목사] 돌담 구멍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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