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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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

 진짜 믿어지니?

 

500원의 헌금 이후, 안내받은 청소년부 주일예배에 찾아갔다. 긴장과 함께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 그리고 흥분으로 문을 열었다. 어린이예배에서 보았던 남자 전도사님의 격한 환영이 나를 더 긴장이 시킨다. 환영해 주시니 마음이 놓이면서도 긴장이 더해지는 것은 왜일까? 주변을 둘러보니 내 또래 남자 아이가 앞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외모도, 기타도, 노래도. 나이스하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평소에 노래를 즐겨 부르던 나에게는 너무나 멋진 모습이다. 흠모할만하다. 그리고 긴 의자에는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모여 앉아 앞에 선 남자아이의 가이드에 따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뭔지 모를 흥분에 자리에 앉게 되었다. 모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모르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래도 상식이 있었기에 주머니에 천 원짜리 한 장 들고 온 것으로 헌금순서를 능숙하게 넘긴다. 문제는 사도신경이었다. 아주 어릴적 외웠던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눈을 감고 조용히 친구들의 중얼거림을 듣는 것으로 OK.

 


“진짜 왔구나? 반갑다. 중고등부 담당 전도사님이야.”

 


오전 주일학교 예배에서 만났던 분과 예배가 끝나고 나서야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20대 후반? 인상은 좋았는데 잘생긴 분은 아니다. 그리고 옆에는 예배 내 옆자리를 지켜주었던 분이 중고등부 선생님이라는 소개를 하셨다. 미소가 참 아름다운 분이다. 간단하게 나의 소개를 하며 주변에 있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유난히 동갑이 많은 교회였다. 그리고 한 살 어린 여중생들이 많았다.

 

 

“어? 오빠네? 반가워. 자주봐.”

 


아, 내가 오빠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상기시켰다.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 등록이라는 절차를 안내받고는 ‘1’도 고민하지 않았다. 이곳 패밀리가 되어야했다. 무엇인가 내 삶에 밝음이 찾아오는 느낌이다. 그렇게 흔쾌히 등록을 마친 후 전도사님께서 갑자기 진지한 톤으로 질문을 하신다.

 

 

“사영리를 알고 있니?”

 


태어나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단어다. 모른다는 나의 대답에 전도사님은 나를 의자에 앉힌 후 옆에 앉아 작은 책자를 꺼내셨다. 글이 많은 것도 아니고, 길지도 않았다. ‘하나님, 예수님, 십자가, 관계.’ 처음 듣는 이야기다. 듣기도 하고, 생각도 하고, 같이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던져지는 질문.

 

 

“이 사실이 믿어지니?”

 


전도사님은 나에게 성경의 이야기를 전해 준 것 같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믿어야 할 것처럼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는 진짜로 믿어졌다. 오히려 오늘 소개받은 예수님께 감사와 사랑과 존경의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그런 분이라면 잘 따라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전도사님의 물음에 믿어진다는 힘찬 대답을 드렸다. 전도사님은 놀라셨다. 그리고 재차 물으셨다.

 

 

“정말 믿어지니?”

 


아니, 믿으라고 지금까지 설명하셨던 분이. 내가 믿는다고 했더니 이분이 오히려 믿지 못하는 눈치다. 정말 믿어지고, 앞으로 더 잘 알고 싶다는 나의 말에 전도사님의 눈은 더 커져만 갔다. 그리고는 자신을 따라서 기도를 하자고 말씀하신다. 전도사님의 떨리는 음성을 따라 나는 또박또박 반복하며 따라한다. 그렇게 나는 짧은 시간에 예수님의 매력에 빠지면서 신자가 되었다.

 

 

  당시 전도사님과 지금도 연락을 한다. 그분은 당시를 회상하시며 그 이후로도 나처럼 사영리를 소개받고 한 번에 영접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 사실 나도 사역을 하며 그런 학생을 만나본 적이 없으니. 사람에게 믿음이 생긴다는 자체가 은혜임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확신 있게 본인이 전하고도 그렇게 놀라던 전도사님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조금 우습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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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작가 강신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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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 진짜 믿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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