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이정희목사.jpg
이정희 목사(진해영광교회)

 I. 서언(序言)

 

가끔 주례를 하면서 신랑신부에게 ‘여보’라 불러보라고 시킬 때가 있다. 그 이유는 신혼 초에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 잘못되거나 일정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결혼을 했어도 전과 마찬가지로 ‘오빠’나 이름을 그대로 부르거나, 어떻게 불러야 할지 서로가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 가족과 친지와 지인들이 보는 앞에서 ‘여보’라는 첫 호칭을 불러보게 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결혼 한지 20년이 다된 필자의 두 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끔 그들이 ‘아빠’라고 부를 때 사위와 필자는 동시에 ‘왜?’라고 하면서 둘 다 돌아 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는 두 딸들은 필자를 부를 때도 아빠, 남편을 부를 때도 ‘아빠’라고 호칭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앞으로는 이런 면으로 당분간 올바른 호칭어와 지칭어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

 

II. 아내가 남편을 부르는 호칭어와 지칭어

 

1. 호칭어 : 대학의 동기와 결혼한 어떤 주부는 자신의 남편을 부를 때, 결혼 전에는 ‘철호야’라고 했다가 결혼 후에는 ‘철호씨’, ‘이봐요’, ‘여보’, ‘당신’, ‘자기야’ 등의 기분 내키는 대로 불렀다. 차녀 출생 후에는 아들의 이름을 붙여서 ‘민호 아빠’라고 부르고, 시부모 앞에서 남편을 부를 때는 ‘보세요.’ 라든가 ‘있잖아요’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경우는 젊은 부부들 뿐 만이 아니라 40, 50대 이상의 중년, 노년 부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 연령층의 호칭어들은 주로 ‘여보’를 비롯해서 ‘민호 아버지’, ‘영감’, ‘임자’등 아주 다양하게 호칭한다. 또 다른 사람에게 남편을 지칭할 때도 ‘그이’, ‘우리 남편’, ‘바깥양반’, ‘우리 집 주인’, ‘우리 아저씨’ 등으로 지칭하기도 하고, 남편의 직장 직함을 붙여서 ‘사장님’, ‘교장 선생님’, ‘장로님’, ‘목사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호칭어와 지칭어 사용을 어떤 단체에서 설문조사로 물어보니 대상주부 565명중에 65.5%가 ‘여보’, 22.1%가 ‘아빠’, 또 ‘자기’로 부르는 경우가 10.3%였다고 한다. 이상과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오늘날 아내가 남편을 부르는 말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일관성이 없는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 가장 알맞은 남편에 대한 호칭어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들도 일관성이 없이 다양하다. 대략 3가지 정도인데, 하나는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8.15 해방 후에는 일본식인 ‘주인’이란 호칭어이다.

두 번째는 현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여보’이다. 물론 이 용어도 국어사전에 정식으로 오른 것은 1982년판 국어대사전이었기 때문에 그리 오래된 용어는 아니다. 하지만 오늘 날에 있어서 가장 보편적인 용어로 되어 있다. 마지막 또 하나의 보편적인 호칭어는 ‘자기’이다. ‘애인이나 부부간에 상대방을 부르는 속어이긴 하지만, 어떤 사람을 부르는 대명사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에 표준어로 수용해도 좋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2. 지칭어 : 남편에 대한 지칭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호칭어보다 더 까다롭다. 특히 문제는 시부모 등 어른 앞에서 남편을 지칭하는 말들이다. 일제 강점기까지는 시부모 앞에서 ‘아범’이나 ‘○○아버지’, ‘그 사람’ 등의 지칭어가 많이 쓰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아범’, ‘애비’, ‘○○아빠, ‘○○아버지’, ‘서방님’, ‘아빠’, ‘○○씨’, ‘○○애비’, ‘애 아빠’, ‘그 사람’, ‘그 이’, ‘남편’, ‘지아비’, ‘제 남편’등 20가지 가까운 지칭어가 혼용되고 있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시부모에게 남편을 지칭하는 말의 빈도수는 ‘애 아빠’가 38.85%, ‘아범’ 25.1%, ‘그 이’ 22.4%, ‘애비’ 12.3%, ‘그 사람’1.4%였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역시 다양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시댁 어른 들 앞에서는 ‘그 이’로, 친정 어른들에게는 ‘○서방’이 보편적인 지칭어들이다.

 

III. 결 어

 

이상으로 볼 때 오늘날 아내가 남편을 부르는 호칭어나 지칭어가 얼마나 다양하고 일관성이 없는가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다양성 속에서 어느 하나만을 택해서 똑같이 적용을 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하지만 공동의 문화적 뿌리를 두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동일하지 않는 용어들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은 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런 일은 가장 긴밀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가정과 교회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그러므로 어떤 상황에서든 이러한 적절한 부부간의 아름다운 호칭어와 지칭어의 사용은 아름다운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가는 귀중한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 모두 올바른 언어문화 창조에 앞장설 수 있게 되기를 기도드린다. 

태그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이정희 목사] 가정에서의 호칭어와 지칭어 : 아내가 남편에게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