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정말 화살처럼 빨라 2022년을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23년 새해를 맞았다. 비록 전도자의 가르침과 같이 하늘아래 새 것이 없고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는 진리를 세월과 더불어 실감하지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된 우리는 이렇게 한 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을 때 마다 새로운 소망과 기대를 가지고 기도하면서 출발한다. 새해를 맞을 때 마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을 향한 기대와 다짐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을 향한 기대와 다짐도 있을 것이다. 번번이 우리를 실망시키고 좌절감을 갖게 하지만 사회와 정부를 향한 기대와 소망도 있을 것이다. 2023년 새해를 맞으면서 나는 한국 교회를 향한 기대를 새롭게 가지면서 기도의 제목으로 삼고 싶은 강한 소망과 기대를 가져 본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국 교회도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의 성장과 저력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때는 기독교 국가라고 말할 정도로 청교도 신앙 정신을 계승하고 교육과 문화, 심지어는 정치 영역에서도 기독교적 가치관을 반영해 오던 미국 사회는 안타깝게도 이제 더 이상 기독교적 가치관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세속화되어 버렸다. 구주 성탄을 축하하는 성탄의 계절에도 ‘Merry-Christmas’ 는 사라지고 ‘Happy Holiday’라는 단어가 대신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외양만 보면 한국이 더 기독교 국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들 가운데는 도심지 곳곳에 세워져 있는 교회의 십자가를 보고 마냥 놀라워한다. 붉은 네온사인의 십자가 불빛은 한국이 마치 기독교 국가라는 착각을 갖게 할 정도다.
기독교 선교 2세기를 맞는 한국 교회는 그동안 급격한 양적 성장을 하였다. 이와 같은 양적 성장과 더불어 한국사회 초창기의 교회는 문맹 퇴치와 교육, 선진 과학 기술의 보급, 의료사업을 통한 사회 봉사, 여성의 인권 고양 등 사회를 계몽하고 인도하는 사회 봉사적 기능을 잘 수행하였다. 어두운 사회 구석을 밝히며, 차원 높은 윤리 의식을 고양하는 등 그야말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하였다.
그러나 언제부터 인지 모르지만 교회가 더 이상 이러한 사회 선도적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자성의 소리들이 교회 안 밖으로부터 들려오고 있다. 교회가 사회를 향해 주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기껏해야 각종 모임으로 인한 교통 혼란과 소음, 교회 인근의 집 값 하락뿐이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의식 있는 교회들은 노인대학 운영, 노숙자 보살피기, 소년소녀 가장 돕기와 같은 사회 봉사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교회로 자리 매김 하려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새해에는 이런 의식 있는 교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청소년들을 위한 건전한 문화 행사, 독서 교실, 주차장 개방, 결혼식장 제공 등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에 앞장서는 교회가 많아져야 한다. 잘 운영되던 노인대학 프로그램을 없애 버리고 자기들만의 폐쇄적인 예배 공간을 만들어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는 교회는 지역사회를 향해 던져줄 선지자적 메시지를 선포하지 못한다. 이런 신앙공동체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바람직한 신앙공동체의 모습이 아니다. 가난하고 소외 받는 자들의 이웃이 되는 교회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교회의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이 세계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창조세계라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렇다면 교회는 환경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식목일에 나무를 심고, 낙동강과 수영천을 살리는 일은 구청에서 관심을 갖기 전에 교회가 먼저 관심을 갖고 앞장서서 실천해야 한다. 환경을 가꾸고 보존하는 운동과,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재활용을 위한 쓰레기 분리 수거 운동은 교인들이 솔선수범해야 할 일이다. 교회 건물을 좀더 환경 친화적인 건물로 아름답게 건축하는 일에도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들의 사례금에서 소득세를 자진 신고하여 세금을 납부하는 목회자들이 있다면 교회는 정말 사회를 인도하는 지도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신앙의 의미를 협의적 의미의 경건 생활 또는 교회 생활에만 제한시키지 않고 정치와 사회, 경제, 교육, 예술 등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구현해야 한다는 의식의 전환이 있다면 교회는 사회를 향해 고상한 두려움을 주는 독특한 신앙 공동체가 될 것이다. 이런 교회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성장하는 교회가 될 것이다. 교회는 더 이상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유리된 채 지역 사회 속의 고립된 섬처럼 존재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인들은 “세상 속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는 않는 삶”(In the world but not of the world)을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을 향해 문을 열어야 한다. 폐쇄적인 교회는 자기 집단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익 단체로 전락할 뿐이다. 2023년 새해 벽두에 한국교회가 성경적 세계관을 구성원들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하도록 인도하는 의식 있는 신앙 공도체로 성장해 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김성수 목사 (전 고신대학교 총장, 현 미국 Evangelia University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