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2-05(화)
 
신재철 목사(부산 좋은나무교회).jpg
신재철 목사(부산 좋은나무교회)
「만화방 교회 이야기」 저자
「좋은인터뷰」 유튜브 채널 운영

 코로나, 열지를 못하겠다 

 

2019년 1월, 교회를 개척했다. 2020년 1월, ‘코로나19’라는 낯선 손님이 등장했고 동행하기 시작했다. 과거 신종플루에 걸려 아파본 경험이 있다. 뉴스에 신종플루에 의한 사망자 소식이 들려올 때 방구석에 격리되어 누워보았다. 워낙 약골이라 아픈 것에 익숙했지만 이 녀석은 차원이 달랐다. 정말 아팠다. 여하튼 신종플루가 신약이 나오며 끝이 났듯 코로나도 그렇게 정리될 줄 알았다.

 

하지만 확산세와 치명도가 신종플루와 달랐다. 사람들은 모이지 못했고 여름에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었다. 상업 시설과 각종 집합시설이 제한되거나 폐쇄되었다. 교회도 예배가 제한되었다. 좋은나무교회도 자발적 온라인 예배를 통해 공동체와 이웃의 안전을 돌아보기로 결정했다. 자연스럽게 만화방은 1년도 못 되어 문을 닫고 언제 문을 열 수 있을지 약속할 수 없게 되었다.

 

‘이거, 다시 열 수는 있는 거야?’

 

1년을 넘어 2년. 만화방은 공식적으로 문을 열 수 없었다. 분위기에 따라 상업 시설은 탄력적으로 제한이 풀리기도 했지만, 우리 만화방은 문을 열 수가 없었다. 이미 주변에서는 우리 만화방이 일반 상업 시설이 아니라 교회에서 운영하는 것임을 알기에 문을 열었다가는 교회의 이기심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종종 만화방을 찾던 아이들을 길에서 마주한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얼굴을 알아보기 어렵지 않았다. 2년이 지나 제법 훌쩍 커버린 아이들. 여러 생각으로 마음이 아리다. 하나님의 타이밍은 늘 선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코로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화방 언제 열어요?”

 

이런 내 속도 모르고 지나는 나를 붙잡고 종종 묻는 아이들이 있다. 가끔 전화가 걸려 오기도 한다. 문을 열어 줄 수 있다. 라면도 끓여 줄 수 있다. 어려울 게 뭐가 있을까? 하지만 아이들이 놀다가 병이라도 걸리면, 서로 옮기기라도 하면 더 큰 어려움이 되기에 거절해야 했다. 미안함 가득 품고 다음에 만나자 인사해야 했다. ‘언제 한번 밥 먹자.’ 지인과 나누는 인사처럼 기약이 없다.

 

코로나, 그래서 열지를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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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 코로나, 열지를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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