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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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부산 좋은나무교회)
「만화방 교회 이야기」 저자
「좋은인터뷰」 유튜브 채널 운영

 솔직히 너무 덥다. 컨테이너로 제작된 좁은 관리실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한여름이지만 오히려 바람이 살랑이는 밖이 더 형편이 나았다. 그래서 전에 근무하시던 분은 여름이면 집으로 올라가셨다고 한다. 그래, 여기 있다가는 요리가 될 것 같다. 앞으로 누가 근무하든 냉난방이 전혀 안 되는 작은 컨테이너 사무실은 사람이 상주할 수 없을 것 같다. 상주는커녕 필요한 업무를 위해 잠시 머무는 것도 불가능하다.

 

지금 아파트의 큰 이슈는 승강기 공사다. 제법 큰 지출이 예상되었기에 몇 곳에서 견적도 보고 온라인에서 상담도 받아 본다. 아파트 관리실은 이런 문제로 언제든 시끄러울 여지가 있다. “소장이 돈을 얼마 받았다, 부실 업체를 선정했다, 업무 처리가 미흡하다.” 여러 말 듣기가 싫어 최대한 신경 쓰며 진행하게 된다. 업체 선정은 다행스럽게도 기존에 관리하던 업체에서 맡게 되었다. 우리 시설을 가장 잘 알았기에 이 업체가 했으면 싶었는데 마침 견적도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입주민 대표도 오케이. 그렇게 공사가 진행되었다.

 

“소장님, 공사 기간 고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사 후 건네진 봉투.

내가 고생한 것이 없는데 사례라며 봉투가 전해진다. “??” 평소보다 조금 더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던 것이 고생이라면 고생이랄까? 하지만 봉투 받을 내용은 아니다. 웃으며 거절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사장님은 조금 놀란 듯 표정을 보이셨다. 다른 아파트 소장님들도 이 정도는 다 받으니 받아도 된다는 말씀을 하시며 봉투 전달을 포기하지 않으신다. 처음에는 소장님이라 하더니 이제는 목사님이라 부르며 몇 번 설득하는데, 목사라 부르니 더 받기 어려워진다.

 

“정직한 비용으로 꼼꼼하게 작업해 주시느라 사장님이 고생하셨죠. 저는 여기 일하며 절대 따로 봉투를 받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앞으로도 안전한 시설 되도록 잘 부탁드립니다.”

 

사람 사는 정이 그런 것이 아니라며 몇 번이나 나를 설득하셨지만, 이거 받는 순간 내 명예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미소는 짓되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장님께 제안.

 

“사장님, 저는 어차피 몇 년 후 여기 떠날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사장님은 여기 소장 바뀌어도 계속 관리 이어가셔야죠. 관리실이 여름이면 찜통입니다. 그런데 에어컨 하나 사지 못하고 있어요. 차라리 사장님 이름으로 에어컨을 기증해 주시며 어떨까요? 그럼 입주민들이 사장님을 좋게 보실 것 같은데.”

 

순간적인 아이디어였지만 사장님도 나도 만족스러운 대안이었다. 즉시 일은 진행되었고 제법 넉넉한 용량의 에어컨이 설치되었다. 나는 입주민들에게 은근히 소문을 냈다. 승강기 용역회사에서 관리실에 에어컨을 기증했다고. 나의 계획대로 입주민들은 승강기 사장님을 칭찬했고 사장님은 계속 아파트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 그거면 된 거다.

 

그렇게 설치된 에어컨 덕에 가장 신난 건 나다. 한낮 사무실 업무가 가능해진 것은 물론이고 야외 업무 후 잠시 땀을 식히기에도 그만이다. 하지만, 나도 눈치가 있지. 에어컨 실외기 돌아가는 소리에 입주민이 불편해할까 신경이 쓰인다. 에어컨 바람에 열 좀 식히고 있을 때 멀리서 누군가 다가온다. 관리실 방향이다. 큰일이다! 지금 사무실이 지나치게 시원하다. 나는 급하게 리모컨을 집어 들어 에어컨 전원을 껐다. 눈치 좀 보면 어떤가. 아무렴 에어컨 있는 사무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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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작가 김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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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 관리실에 에어컨이 생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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