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언(序言)
‘우리 말 바르고 아름답게’란 표어를 본 적이 있다. 이런 면으로 관심이 있는 필자로서는 ‘정말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이 표어와 함께 오늘도 올바른 호칭과 지칭어에 대한 내용으로 논하고자 한다. 먼저 본 호에서는 2011년 12월에 국어심의회를 통하여 확정된 ‘표준 언어 예절’에 근거하여 조부모(祖父母/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주 사이의 호칭어와 지칭어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
II .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호칭과 지칭의 뜻과 유래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들이 시댁이나 친정의 구분 없이 많아졌다. 필자의 경우도 그러했고, 주변에서도 이런 경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에 손주의 입장에서 조부모님들을 어떻게 호칭하고 지칭해야 하는지의 구분이 필요하게 되었다.
1. 뜻과 유래 :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한자어는 조부와 조모이다. 그 뜻은 조상 조(祖), 아비 부(父), 어미 모(母)자 이다. 순수한 우리말로는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이다. 어떻게 호칭하고 지칭해도 문제는 없지만, 오늘날에 있어서는 조모, 조부보다는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로 호칭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용어들을 논할 때마다 의문이 되는 것은 한자 용어와 순수한 우리말의 어원이나 발음이 전혀 다른 말들이 많다는 것이다. 앞에서 논한 용어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면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란 순수한 우리말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할아버지에 대한 친족용어가 수록된 가장 오래된 문헌은 고려시대 때 송나라의 사신으로 왔던 ‘손목’이 편찬한 ‘계림유사’란 책에 ‘한아비’라는 호칭으로 기록된 것이 최초이다. 그다음은 1527년 최세진의 ‘훈몽자회’에서는 ‘하나비’로 표기하였고, 친족용어들을 모아서 정리한 ‘최재석’의 ‘한국의 친족용어’에 의하면 할아버지, 할아버님, 할아범, 할애비, 조부, 조부님, 조부주, 현조부, 가조부, 조고 등의 여러 용어들이 있었으나, 결국 중세국어의 음운 변천 과정을 겪으면서 지금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로 되었다.
2. 경우에 따른 호칭과 지칭 :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어떻게 호칭하고 지칭할까? 먼저 아버지의 부모님을 부를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이고, 어머니의 부모님을 부를 때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로 부른다. 하지만 양가의 조부모님들이 모두 한자리에 있을 때는 구분을 위해서 ‘외’자를 붙여서 호칭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구분 없이 ‘할아버지, 할머니’로 호칭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즈음은 장수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버지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생존해 있는 경우들도 많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증조(曾祖)’라는 말을 붙여서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로 부른다. 그러나 외가의 증조부들에게는 ‘진외(陳外)’자를 부쳐서 ‘진외증조 할아버지’, ‘진외증조 할머니’로 부르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에 결혼해서 시댁의 조부모님들을 부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존칭어인 ‘님’자를 붙여서 할아버님, 할머님으로 부르면 된다. 하지만 친정 식구들에게 시댁의 조부모님들을 소개할 때는 ‘시 할아버님’, ‘시 할머님’으로 지칭한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주와 외손주를 호칭하고 지칭할 때는 어떠할까? 누구든지 마찬가지지만 조부모의 손주 사랑은 아주 각별하다. 요즈음은 휴대폰에 손자 손녀의 사진을 배경 그림으로 넣을 정도로 유별나다. 그렇다면 이런 사랑스러운 손주를 부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 대해서는 특별한 호칭과 지칭보다는 그냥 가장 친근한 손주의 이름을 부르면 된다. 그러나 손주가 결혼해서 자녀가 생기면 그 아이의 이름뿐만 아니라 ‘OO 아범, OO 어멈’, ‘OO 아비, OO 어미’ 등으로 부를 수 있다.
III. 결 어
이상으로 볼 때 이런 친족용어의 호칭어와 지칭어들은 흔히 사용하는 익숙한 말들이지만, 실제로 사용하다 보면 혼돈이 올 때도 있다. 하지만 조금씩 더 노력한다면, 가족 상호간의 아름다운 위계질서와 집안의 화목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 모두 바람직한 가족 간의 언어문화 창달에 앞장설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