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총장] 나의 궁극적 관심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인간의 ‘믿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믿음의 감정적인 요소를 아주 중요하게 보았다. 실제로 우리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감정적인 요소는 아주 중요하다. 인간의 감정은 대단한 힘과 추진력을 갖고 있다. 신앙의 지적인 요소는 정적이고 차갑다고 할 수 있지만 감정적인 요소는 동적이고 뜨거운 것이다.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어떤 신자들은 아주 열정적이고 감정적이지만 어떤 신자들은 지적이고 다소 냉담하기까지 한 사람들도 있다. 어떤 교인들은 손뼉을 치면서 찬송하고, 말씀을 들으면서 ‘아멘!’, ‘할렐루야!’라고 반응하지만, 어떤 교인들은 조용히 찬송하고, 말씀을 듣고도 속으로는 동의하면서도 겉으로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교인들도 있다. 우리는 신앙의 두 요소들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어느 것이 덜 중요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신앙에는 지적인 요소와 감정적인 요소가 모두 다 중요하다. 그러므로 프로이트가 믿음의 감정적 요소를 중요하게 간파한 것은 분명히 옳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믿음을 감정으로만 축소한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 특정 교리에 대한 감정적 고백은 믿음의 필수적인 부분이지만 믿음은 감정적 요소로만 축소될 수는 없다.
프로이트의 전 동료이자 나중에 그의 경쟁자가 된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은 신앙의 핵심에 더 가까이 다가온 설명을 하고 있다. 융은 프로이트의 신앙관을 뒤집어 놓았다. 그는 믿음이란 어떤 것을 절대적이거나 이상적인 어떤 것으로 만들려는 충동이라고 보았다. 다시 말하면, 그는 믿음을 전지 전능, 전적인 희생과 사랑, 완전한 지혜의 관점에서 파악하려고 하였다. 융에 의하면 믿음은 어린이의 정서적 필요에 대한 성인 버전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는 아버지를 절대자로 생각함으로써 실제로는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믿음을 설명함에 있어서 더욱 더 진리에 가까이 다가간 사람은 신학자 폴 틸리히(Paul Tillich)다. 그는 믿음을 '궁극적 관심'이라고 표현한다. 우리의 궁극적인 관심은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물이나 사람이다. 그것은 가장 높거나 가장 깊거나 가장 심각한 관심사이기 때문에 '궁극적'인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생각, 시간, 에너지, 감정을 선점하기 때문에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종교심리학자인 제임스 파울러(James Fowler)는 궁극적인 관심에 대한 몇 가지 경쟁 관심들을 나열해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예를 들면, “일, 명예와 인정, 권력과 영향력, 부”와 같은 것들이다. 우리의 궁극적인 관심은 가족, 대학, 국가, 교회 등에 투자될 수 있다. 사랑, 섹스, 사랑하는 파트너도 우리 모두의 궁극적 관심의 열정적인 중심이 될 수 있다. 우리의 궁극적인 관심은 우리가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사물, 사람, 또는 목표다. 폴 틸리히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한 국가가 국가 자체의 생존과 성장을 궁극적인 관심사로 삼는다면 그 국가는 국민들의 경제적 복지, 건강과 생명, 가족, 미적 및 인지적 진실, 정의와 인간성 등 다른 모든 관심사를 희생할 것을 요구한다.”
자신의 궁극적인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약간의 연습을 해 볼 수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해 잠시 성찰해 보기로 하자.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 자신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소망은 무엇인가? 내가 이것 빼 놓고는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할 그런 것들은 과연 무엇인가? 아마도 자신의 가장 깊은 소망은 특정한 관계나 사람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자신의 직업일 수도 있고, 하나님과의 관계일 수도 있다. 자신에게 솔직해지도록 노력해 보자. 이제 세 개의 작은 종이조각을 가지고 자신의 궁극적 관심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연습을 해 보도록 하자.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 3가지를 선택해 보기로 하자. 그것들을 종이에 적어 보자. 그리고 앞에 쓰레기통이 있다고 가상해 보자. 이 세 가지 가장 중요한 것 중 자신이 가장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이 적힌 종이를 찢어 쓰레기 통에 버리자. 두 번째 종이에도 똑같이 해 보자. 이제 종이 한 장만 남았다. 거기에는 나의 삶에서 내게 가장 중요한 것, 내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 내가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고 심지어 죽음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것 한 가지가 적혀 있다. 이것은 협상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나에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것은 궁극적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너의 궁극적인 관심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찬송을 부른다.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 이 세상 부귀와 바꿀 수 없네…이 세상 명예와 바꿀 수 없네…이 세상 행복과 바꿀 수 없네…예수 밖에는 없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