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10-1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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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총장(에반겔리아 대학교)

경남기독신문 독자들 중 혹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 당시에 ‘Again 1907 in Seoul - 서울에서 예루살렘까지’라는 기독청년집회에 참석하여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서”를 낭독한 것이 언론에 기사화되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청계천 복원과 함께 이명박 전 시장의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당시 서울시 교통체계개편에 따른 혼란과 함께 이 시장을 이중으로 아주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이 시장은 “흐르는 역사 속에서 서울을 지켜주신 하나님의 사랑과 섭리하심에 감사와 영광을 돌리면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거룩한 도시이며, 서울의 시민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며, 서울의 교회와 기독인들은 수도 서울을 지키는 영적 파수꾼임을 선포하며, 서울의 회복과 부흥을 꿈꾸고 기도하는 서울 기독 청년들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합니다”는 내용의 봉헌서를 ‘서울특별시장 이명박 장로 외 서울의 부흥을 꿈꾸며 기도하는 서울 기독 청년 일동’의 이름으로 낭독하였습니다.

이 내용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되자 네티즌들의 비난이 봇물을 쳤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역시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이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였고, 정치인들은 호기를 놓칠세라 무참한 정치적 일격을 가하였습니다. 당시에 유인태 의원은 “그나 저나 서울이 이제 하나님 것이 됐으니 수도를 옮기긴 옮겨야 겠어요”라고 정치적 폄하 발언을 하였고, 임채정 의원은 “사람 땅으로 옮겨야지요”라고 응답하였습니다. 배기선 의원은 “아니 자기 것을 하나님께 바치는 것은 좋은데 왜 자기 것도 아닌 걸 바친다고 하느냐”고 비아냥거렸다. 급기야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도 이 시장의 발언이 “사려 깊지 못한 처사”라는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을 대하면서 우리는 그리스도인들이 좀더 성숙한 신앙생활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언론계와 정치계와 종교계를 망라한 우리 사회 전반이 말초적이고 지엽적인 것보다는 보다 더 본질적인 것에 관심을 갖는 의연하고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없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당시 기도집회는 도덕과 윤리가 붕괴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이 사회가 복음으로 회복되기를 간구하면서 기독청년들로서의 책임을 통감하며 회개하는 순수한 기도모임이었습니다. 이 집회에서 이명박 당시 서울 시장은 행사 주최측이 작성한 내용을 주최측의 요구로 그대로 읽었을 뿐입니다. 집회에 참석하여 ‘서울 봉헌서’의 내용을 처음 본 이 시장이 그대로 낭독하겠다고 동의한 것도 집회 자체가 정치적인 모임이 아니라 기독청년들의 순수한 기도 모임임을 알았기 때문이며, 동시에 봉헌서의 내용도 정치적 의미가 담긴 것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의 가치관과 문화가 도덕과 윤리적 가치 차원에서 바뀌어야 한다는 공통의 바램을 표현한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표현도 서울 시장으로서 자신이 주체가 되어 서울을 하나님께 바치겠다는 표현으로 해석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지말고, 서울을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하여 깨끗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데 진력해 달라는 기독청년들의 마음을 서울 시장에게 전달하는 지극히 종교적이며 수사학적인 표현으로 이해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사건을 다시금 회고해 보면서 진솔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제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예배하고 기도하는 모임이나 연합 집회를 정치화하거나 이벤트화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과 이웃의 죄와 허물로 인해 애통하며 사죄의 은총을 구하는 제사장의 모습과, 지도자들의 죄를 지적하며 공의를 요구하는 선지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종교적 행사를 통해 권력자들을 위무하고 그들의 잘못에 면죄부를 부여해주는 유대의 종교지도자들과 같은 모습이 거침없이 나타나고 있음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의 순수한 기도회에 참석하여 “서울시 봉헌사”를 낭독한 이명박 장로가 혹시라도 당시 행사를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한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한다면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었을 것입니다. 한국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은 이제 한 정치인이 단순히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표를 몰아줄 정도로 유치한 수준에 머물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조찬기도회 개최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에서 자신의 신앙을 어떻게 표출할 것인가하는 고민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또한 건전한 사회 질서와 건강한 사회라는 한계 내에서 다른 사람들의 신념과 종교를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리차드 마우(Richard Mouw)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다원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무례하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도성과 세상의 도성이 지상에서 자유롭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월터스톨프(Wolterstorff)의 표현대로 모든 것을 기독교화해야 하는 ‘성례적 사회’(sacral society) 또는 중립적인 삶에 종교를 추가하는 ‘중립적 사회’(neutral society)가 아니라, 종교적으로 헌신된 다양한 집단과 기관이 공평하게 취급을 받는 ‘다원주의적 사회’(pluralistic society)를 추구해야 합니다. 당시 서울 시장 이명박 장로의 서울시 봉헌 발언이 정치판에서 필요이상으로 폄하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들은 물론 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우리 모두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이 중대한 시점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적 세계관의 틀을 통해서 후보들의 인물됨과 자질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온갖 종류의 왜곡, 거짓 선동, 음모에 현혹되지 않아야 합니다. 동시에 그리스도인 정치가들도 이제는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통해서 자신이 믿고 고백하는 신앙을 제도교회의 문턱을 넘어 공의와 평강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정책으로 구현해내어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와 지지를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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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총장] 그리스도인 정치가들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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