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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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석 목사(마산중부교회)

필자는 목사입니다. 설교 원고를 작성하고 프린터를 해 보면 항상 설교 원고의 위와 아래 그리고 좌우 옆으로 여백이 있는 것을 봅니다. 그것은 컴퓨터 한글 프로그램이 그렇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때에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여백이 없도록 설정을 하고 프린트를 해 보면 어떨까 하고 말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떨 것 같습니까? 종이 한 가득 빽빽하게 적힌 글자로 인해서 읽기가 싫을 것입니다. 그처럼 여백이란 필요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무엇에든지 꼭 필요한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 바쁜 현대의 삶 가운데서 너무 여러분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육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들고 탈진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상태가 문제가 되는 것은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수렁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약의 나오는 엘리야 선지자는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850명의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와의 기도의 대결에서 승리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가 문제였습니다. 악독한 우상 숭배자였고 악녀였던 왕비 이세벨이 엘리야 선지자를 찾아 죽이려고 혈안이 되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열왕기상 19장 2절에서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이세벨이 사신을 엘리야에게 보내어 이르되 내가 내일 이맘때에는 반드시 네 생명을 저 사람들 중 한 사람의 생명과 같게 하리라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신들이 내게 벌 위에 벌을 내림이 마땅하니라 한지라.” 엘리야는 그 이세벨의 위협에 낙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광야로 가서 한 로뎀나무 아래에 앉아서 하나님께 죽여 달라고 간구하는 데까지 이르게 됩니다. 바로 얼마 전에 그렇게 영적으로 큰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왕비 이세벨의 위협 앞에 그렇게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엘리야 선지자의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인간이란 그런 것입니다. 아무리 강한 것 같아도 한계가 있고 약한 부분이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서 갈멜산의 그 놀라운 승리는 온데간데없고 그렇게 죽기를 간구할 만큼 한 없이 약해졌던 엘리야 선지자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하나님은 그런 엘리야를 정죄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천사를 보내셔서 그를 위로하시고 두 번이나 구운 떡과 물을 주어서 먹게 하시고 오랫동안 잠을 자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시고 그의 삶에 여백을 만들어 주셨던 것입니다. 그를 푹 쉬게 하시고 다음 사역을 감당하게 하셨던 것이지요. 이 하나님의 지혜가 놀랍고 감사합니다. 연약함을 가진 우리 인간은 그렇습니다. 삶의 여백이 없이 달리기만 하다가는 인간의 한계로 인해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거나 나락을 빠질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것을 아시고 엘리야를 그렇게 위로하고 먹이고 재웠던 것입니다. 이런 하나님의 뜻을 알고 목표만을 바라보며 삶의 여백이 없이 달려가는 것을 잠시 멈추십시오. 그리고 나를 돌아보며 삶의 여백을 가지십시오. 육신과 정신이 쉬게 하면서 영적으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우리는 살면서 그런 경우를 만납니다. 지치고 낙심된 상황에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러모로 기진맥진하거나 마음이 힘든 상태에서 내리는 결정은 그렇게 열에 아홉은 어리석은 결정이 됩니다. 그리고 조급한 마음으로 바쁘게만 나를 몰다보면 앞만 보이고 옆도 뒤도 돌아볼 여유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웃을 돌아볼 여유도, 내 도움이 필요한 곳을 돌아볼 여유도 없어집니다. 그러한 삶은 성공적인 삶인 것 같지만 가장 피폐한 삶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에게는 삶의 여백이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오셔서 바쁜 공생애의 삶 가운데서 많은 일을 하셨지만, 조용히 성부 하나님과 기도의 교제를 하는 시간도 빠뜨리지 않으셨습니다. 폭풍같이 영혼을 향한 능력의 사역을 하시면서도 고요한 하늬바람처럼 물러날 줄도 아시는 분이셨습니다. 이런 예수님의 모습을 닮으십시오. 예수님보다 더 열심인척 하지 마십시오. 이제 달리기만 하는 삶을 잠시 중단하고 삶의 여백을 만드십시오. 삶의 여백, 그것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의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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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석 목사] 여백(餘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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