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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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숙 목사(인평교회)

 밥 중에 가장 영양가 없고 배고픈 밥은 무엇일까?

  정답은 눈칫밥이다. 사전적 의미로 “눈치를 보아 가면서 얻어먹는 밥이라는 뜻으로, 마음을 편하게 가지지 못하는 상황이나 상태를 이르는 말”로 쓰인다. 

  철이 없던 시절 부모님이 섬에 계신 관계로 무작정 육지로 나와 삼촌 댁에서 숙식을 하고 지내던 때가 있었다. 삼촌이기 때문에 당연히 먹고 자고 지내는데 별 불편이 없을 거라고 생각 했었다. 그러나 삼촌댁도 대 가족 식구라 당연히 잠자리도 부족하고 식사 한 번 차리려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고 나 스스로도 한끼 두끼 얻어먹는다는 사실이 고통이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가장 가깝다는 이모님 댁으로 거처를 옮겨 지내기로 하였다. 그곳도 역시 이종사촌들이 많아서 눈칫밥 먹는 것은 삼촌 댁과 별 다를 바 없었다. 우리 가정이 넉넉한 가정이었다면 집 문제를 비롯하여 생활 환경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을 것인데 그렇치 못한 상황에서 비빌 언덕을 찾다 보니 삼촌 댁이었고, 이모님 댁이었다.

  나이가 들어 전임 전도사 사역을 위해서는 결혼이 필수여서 결혼부터 하였다. 교회서 사택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어서 넉넉지 못한 살림에 전셋집을 살면서 다녔다. 전셋집 살다 보니 주인 눈치를 봐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늦게 들어와 대문 열어 달라고 하는 것도 눈치 보이고 못하나 박는 것도 눈치 보이고, 아이가 울면 주인집에 누를 끼칠까 눈치 보이고, 전기세 물세 많이 나오는 것도 눈치 보이고 모든 삶이 눈치 보는 삶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다른 것은 몰라도 눈치 하나는 구단(九段)이다. 

  세월이 흘러 담임 목회를 하면서 크지 않지만 교회 건축을 하여 안정된 목회를 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눈칫밥을 먹기 사작 했다. 다름 아닌 코로나 19로 인하여 국가 정책이 교회 소모임을 해서는 안 되는 모임 금지령을 내려 교회 여러 프로그램을 못하게 되었을 때에 요령껏 몰래 몰래 눈치를 보며 모임을 가졌었다. 그러나 주일 예배도 대면 예배를 드리면 안된다는 금지명령 때문에 드릴 수 없게 되었다. 믿음인지 고집인지는 몰라도 몇 번 강행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교회 내 성도들 중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주일 예배로 50명씩 여러 번 나누어 부목사님과 교차로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예배 중간에 시청 공무원들이 와서 인원수 50명이 넘는지를 체크 한다. 신경이 많이 쓰여서 예배가 마음 편한 예배가 아니라, 성령 안에서 자유를 얻은 아들로써의 예배가 아니라, 눈치를 보며 섬기는 종처럼 종의 예배가 된 것이다. 이런 긴장된 상황에서 눈칫밥 먹듯이 드려지는 예배에 무슨 배부름이 있겠는가?  

  오늘도 교회 내 어떤 결격 사항이 있어서 공무원 단속에 걸릴까 눈치 보이고, 교회내 불만 세력이 무슨 불평을 할까 눈치 보이고, 모든 삶이 눈칫밥 먹는 삶이 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므비보셋이 할아버지 사울, 아버지 요나단이 세상을 떠나고 난 후 마길이란 사람의 집에 얹혀살면서 눈칫밥을 먹으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인생 역전이 오듯 다윗은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에게 은총을 베풀어 주었다. 요나단과의 인연을 생각하여 아들이 아니지만 아들처럼 한 상에서 같이 먹을 수 있는 특권을 주신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로 현재는 눈칫밥 먹는 삶의 연속이지만 주님께서 분명 우리를 맞아 주시고 품에 안아 주실 것이다. 

  주의 은총을 사모하며 주의 길 걸어가는 종들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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