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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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목사(진해영광교회)

 I. 서언(序言)

 

불교에서 유래된 용어들을 연구하고 기고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이러한 용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 땅에 전래 된지 수 천 년의 역사 속에서 불교적 용어가 우리의 일반 용어로 고착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애써 자위하지만, 그래도 마음에는 부담감이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오늘은 짧은 시간을 말하는“찰나(刹那)”와 "순식간", 긴 시간을 말하는 "겁"(劫)이란 단어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 

 

 

 

II.  찰나와 순식간과 겁 

 

 1. 찰나(刹那) : 먼저 어원을 살펴보면, 불교용어의 고어인 산스크리트어의 “크샤나(ksana)"의 음역으로 찰나 또는 차나(叉拏)라고 발음한다. 사전적인 뜻은 “생각이 스치는 한 순간처럼 지극히 짧은 시간”을 의미함으로서 “생은 한 순간처럼 아주 짧다.”는 뜻으로 염(念), 일념(一念)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좀 더 구체적인 시간 단위로 환산하면, 120찰나가 1달 찰나(怛刹那, tat-ksana, 순간, 약 1.6초), 60달 찰나가 1 납박(臘縛, lava, 경각(頃刻), 약 96초), 30 납박이 1 모호율다(牟呼栗多, 약 48분), 5 모호율다(牟呼栗多)가 1시(時, kala, 대시(大時), 4시간), 6시가 1주야(晝夜, 24시간)인데, 이 계산법에 의하면 1찰나는 75분의 1초(약 0.013초)에 해당한다. 또한 손가락을 한 번 튕기는 사이에 65찰나가 흐른다거나 1/75초로 계산하기도 한다. 또한 1초를 반으로 나누면 1/2초이고, 이를 또 반으로 나누면 1/4초이며, 이런 계산법으로 1/64초 까지 나눈다. 그런데 이런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을 말할 때 ‘찰나’라고 말하고 있다.

  또, 20념(念)이 1순(瞬), 20순을 1탄지(彈指), 20탄지가 1납박, 20납박이 1수유(須臾)라고 계산하는데, 이 경우 1념은 0.018초이고, 1탄지는 60찰나이며, 1찰나에는 9백 생멸(生滅)이 있다고 했고, 이를 계산하면 사물은 1초에 216,000번 생성하고 소멸한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이 모든 것이 1찰나마다 생성했다 소멸하고, 소멸했다가 다시 생성한다고 했다.  이것을 찰나생멸(刹那生滅) 혹은 찰나무상(刹那無常)이라고 한다. 또한 전(煎)찰나, 현(現)찰나, 후(後)찰나로 3구분 하였고, 이 셋을 합하여 삼세(三世)로 보고 있기도 하다.

 

 2. 순식간(瞬息間) : 짧은 시간을 표현하는 말로는 ‘순간’, ‘순식간’, ‘매순간’이란 말도 있다. 여기서의 ‘순’은 눈 한 번 깜빡거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며, ‘식’은 숨을 한 번 내쉬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며, 24찰나에 해당한다.

 

 3. 겁(劫) : 뜻은 불교에서 천지가 한번 개벽한 때부터 다음 개벽 때까지의 오랜 기간 동안의 의미이며, 고대인도 및 불교에서는 우주의 시간을 재는 단위로서 숫자로 나타낼 수 없는 무한한 시간을 말한다. 또한 북전불교(北傳佛敎)의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와 세계는 성장과 지속, 무너짐, 사라짐의 네 단계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데, 이러한 각각의 단계에 해당하는 시간을 겁이라고 했다. 

  이상과 같은 시간적인 계산에서 불교는 그 개념을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은 찰나로 변한다. 보이는 형상이 변하고 우리 몸도 변하며, 뜻과 식별도 변한다. 이런 일체의 모든 것이 다 찰나로 변하는데 사람들은 이런 진리를 모르다가 세월이 흐른 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무상(無常)을 깨달으며, 그 때가서 슬퍼하며 통곡하게 된다.”고 했다.  

 

 

III. 결어(結語) 

 

  이런 시간에 대한 뜻을 가진 용어들은 어느 종교와 사회이든 거의 대부분 다 가지고 있는 개념이다. 그렇지만, 이런 용어를 우리 기독교인들이 다 수용하기로는 매우 거북한 일이다. 그 이유는 이런 용어들 중에는 불교의 교리적 표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에서 파생된 ‘찰나주의’ 즉, “인생의 참은, 찰나이기 때문에 과거나 미래를 크게 생각하지 말고, 현재의 순간에 최대의 쾌락을 구하는 사고방식을 가져도 된다.”는 사상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그 반면, 지면상 논할 수는 없으나, ‘카이로스’(Kairov)나 많은 성경적 시간 용어들이 있다. 이에 대한 구별과 선택의 지혜가 우리 모두에게 늘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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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목사] 불교에서 유래된 용어들 : 찰나(刹那)와 순식간(瞬息間)과 겁(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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