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점 9월은 대부분의 한국교회 교단 정기 총회가 줄줄이 열리는 이른바 ‘시즌’이다. 이 정기 총회의 꽃은 임원 선거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선거에서 임원 선출은 교단 마다 각각의 교단 헌법과 규칙에 따라 진행되고 거의 대부분이 선거관리위원회가 감시와 진행 등을 도맡는다.
각 교단의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교단 헌법과 규칙에 명시된 대로 선거를 감시하고 진행하면 그만이다. 선관위의 구성원 그 누구도 사견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
특별히 이번 총회 시즌에서 선관위의 역할이 돋보였던 곳은 기독교한국침례회 선관위다. 침례회는 총회 앞서 의장단 총회장 후보에 두 사람이 입후보 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에게 결격 사유를 발견한 선관위는 이들에게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 할 것을 권했다. 2번의 사퇴 권고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는 선거 완주를 목표로 사퇴 거부 하자 선관위는 두 후보 모두 후보 등록 무효를 선언하며 총회장 후보 없는 총회를 맞게 됐다. 하지만 두 후보는 사회법에 손을 내밀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한 후보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 돼 후보 자격을 회복했다. 나머지 한 후보는 신청이 기각 돼 후보 자격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사회법의 간섭이 발생 했으나 침례회의 선관위는 자신의 본분을 다했다. 의장단 선출에서 총회장 후보 없이 선거를 치르게 되더라도 법과 규칙대로 행한 것이다.
침례회는 총회장 단독 후보로 선거를 치르게 됐으며, 지난 회기에도 총회장이 직무정지 당하며 리더십 부재를 경험한 침례회 총회인지라 어지간하면 찬성을 던질 만도 한데 침례회 대의원들은 단호했다.
선거 결과는 1073명의 대의원이 투표해 688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3분의 2표가 나오지 않아 결선 투표를 진행해야 했지만 압도적인 반대표에 후보는 책임을 통감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이튿날 열린 개혁주의 신앙을 표방하는 장로회 모 교단의 총회 선거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부총회장 후보로 나선 두 후보는 사전선거운동기간과 선거운동기간 잘못을 저질렀다. 두 후보 모두 선거조례 시행세칙에서 금하는 선거 운동 기간 총회 소속 목사를 교회로 초청하여 설교하게 한 위법을 저질렀고, 그 중 한 후보는 유인물 배포라는 위법 사항이 하나 더 있었다. 교단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법 위반 2번이면 후보 등록이 취소된다고 한다. 그리고 선관위는 후보자가 규칙을 어겼으니 규칙대로 행하면 된다. 하지만 모 교단 선관위는 ‘특별 보고’를 통해 “목사 부총회장 후보 2인에 대한 사과 요청”을 보고 했다. 선관위는 후보 자격은 유지하고 위반 사항에 대해서 투표 전에 본 회 앞에 ‘정중하게 사과’하라는 것이었다.
압권은 다음이다. 선관위 위원장은 “불법 선거 운동한 것에 대해서 온 총대들 앞에 ‘정중하게 머리 숙여’ 사과해주시길 바랍니다”라며 “두 분이 다른 하실 말씀이 있으실지 모르지만은, 선관위 입장에서는 이것이 고육지책으로 두 후보들을 위해서 최대한 배려를 한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두 분이 정말 자신들이 행하셨던 행위에 대해 온 총대들 앞에 깊이 머리 숙여 사과 인사하는 것으로 대신 하겠습니다”고 전했다. 이에 두 후보는 총대들 앞에 나와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선관위 위원장은 “더 숙여 주십시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른다. 머리를 더 숙이고 조아리면 위법도 무효가 된다. 성도들에게 말씀대로 살라고 가르치는 목회자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다. 더 숙여서 조아리면 더 큰 죄도 무효가 될 판이다. 마치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로 죄 사함을 받듯이 현대에 와서는 머리 숙여 사과하면 위법 사항도 죄 사함 해주며, 예수님의 은혜를 체험하게 하는 듯 했다. 이러한 ‘예수님 보혈의 은혜’를 표방한 선관위의 사례는 앞으로 입후보자가 ‘시원하게’ 총대들에게 한 턱 대접하고 ‘시원하게’ 총회 와서 사과만하면 되도록 만들었다. 물론 더 숙이고 조아려야 하기 때문에 올 해 보다는 5도 가량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법’ 보다 ‘배려’로 “너의 죄를 사하노라”라고 해 줄지도 모르지 않는가.
이후 선거 행태는 가관 그 자체였다. 엄숙하고 진지해야 할 총회 선거는 찾아볼 수 없고, 마치 ‘도떼기 시장’ 모습 그 자체였다.(매년 보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전자투표로 진행 된 단수 후보 임원 선거와 재단 및 법인 이사 선거는 어판장 경매사들의 그것이 더 진지하고 엄중하고 오히려 ‘경건하다’ 느껴질 정도였다.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자 이들의 마음은 더 급해졌다. 전자투표를 설명하던 업체 대표는 총대들을 향해 ‘고민하지마시고’, ‘애먹이지 마시고’, ‘좀 빨리 눌러 달라고 할 때 빨리 눌러 달라’, ‘제발 좀 빨리 눌러 달라’고 주문했다. 그 업체에는 “‘카운트다운’ 기능이 없나” 궁금해진 대목이었다. 이심전심이라 했나 투표를 진행하는 선관위 진행도 덩달아 급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을 맺는다. 정 그렇게 급하면 그냥 후보 등록 선착순으로 선출 하는 것도 ‘총회 시간 단축’과 ‘식사 시간 엄수’를 위한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 아니면 “어제 오지 그랬슈”.

편집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