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연월일 2026-04-20(월)
 
  • 고신총회 선거 세속화 논란과 제시된 대안의 한계
  • 맛디아·집사 선출이 보여주는 절차와 기도의 균형
  • 교회 정치 민주적 절차의 성경적·신학적 정당성 확인 필요

고신 총회의 선거를 두고 내부에서 세속 정치의 축소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후보자의 출마 소견 발표와 지지 연설, 그리고 노회별 조직 활동이 과열되면서 교단 초창기의 순결한 정신에서 멀어졌다는 우려다. 실제로 권력 다툼처럼 비치는 장면들이 신앙 공동체의 거룩함을 흐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 제기는 경청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해법으로 제시되는 대안경쟁 선거를 없애고 청빙형 구조로 전환하거나, 모든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하고, 오직 기도만으로 지도자를 세우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교단이 수천 교회와 수만 성도를 아우르는 규모로 성장한 상황에서,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다면 총대들의 올바른 분별이 어려워진다. 선거운동을 막는 것이 공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물밑 인맥 정치와 폐쇄적 추천 구조를 강화할 위험이 있다.

 

맛디아 선출의 성경적 교훈

 

  흔히 세속화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오직 하나님의 뜻을 따라 맛디아를 뽑듯이라며 하나님의 뜻에 의탁해 지도자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성경 본문을 면밀히 살펴보면, 맛디아 선출은 단순한 영적 의탁만이 아니라 분명한 절차와 기도가 함께 작동한 사건이었다.

 

 사도행전 1장은 네 단계로 분명히 전개된다.

  1. 자격 기준 설정: 베드로는 예수님의 세례부터 승천까지 동행한 자만이 사도의 증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1:21-22). 이는 오늘날의 후보 자격 심사와 같다.

  2. 후보 추천: 공동체는 요셉(바사바, 유스도)과 맛디아 두 사람을 후보로 세웠다(1:23). 이는 공동체적 검증의 절차였다.

  3. 기도: 사도들은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며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주여, 누가 주님의 택하신 자인지 보이소서라고 간구했다(1:24-25).

  4. 제비뽑기: 공동체는 제비뽑기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렸다(1:26). 이는 당시 유대 사회에서 공정성과 하나님의 뜻을 함께 드러내는 제도적 장치였다.

 

  즉, 맛디아 선출은 기도+기준+절차가 어우러진 사건이었다. 단순한 초자연적 계시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규칙을 정하고 사람을 세운 후, 최종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오늘날 교단 선거 제도가 후보 자격 심사, 소견 발표, 기도, 투표를 거쳐 지도자를 세우는 과정과 원리적으로 다르지 않다. 따라서 맛디아 전통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오히려 현행 선거 제도를 정당화하는 성경적 근거가 될 수 있다.

 

민주적 절차의 성경적 정당성

 

  맛디아 사건뿐 아니라, 사도행전 6장의 집사 선출도 교회의 민주적 절차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본문이다. 헬라파 과부들이 구제에서 소외되자 사도들은 온 회중을 불러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칭찬받는 사람 일곱을 너희 가운데서 택하라”(6:3)고 요청했다. 공동체는 직접 참여하여 일곱 사람을 선택했고, 사도들은 기도하며 안수했다이는 당시 유대 사회에서 공정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신앙적 행위였다.  

  사도 바울 또한 모든 것을 품위 있게 하고 질서 있게 하라”(고전 14:40)고 교훈했다. 교회의 질서와 절차를 존중하는 것이 곧 성경적 원리라는 뜻이다그러므로 교회 정치에서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는 것은 세속화가 아니라, 성경이 보여준 질서와 공동체 참여 원리를 오늘날에 구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교회의 거룩성은 절차 자체를 거부하는 데 있지 않고, 절차 속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며 공정하게 운영하는 것에 있다.

 

정체성 회복, 구호로는 부족하다

 

  정체성 회복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고신이다라는 구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신사참배 거부와 교단 분립의 정신을 오늘에 계승하려면, 단순한 과거 회귀가 아니라 오늘의 현실 속에서 제도적 정직성과 투명성을 구현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내부 결속만 강화하고 실제 개혁은 이루지 못하는 공허한 구호에 머물 위험이 있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태도

 

  결국 문제는 제도 그 자체라기보다, 그것을 운용하는 태도와 방식에 있다. 과열 경쟁과 파벌주의를 경계하는 한편, 후보자의 비전과 신앙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선거운동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고 절제되게 운영하는 것이다.

  고신은 초창기부터 세상 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복음의 순결을 지켜온 저항 공동체였다. 그 전통을 오늘에 적용한다는 것은 곧 기도와 제도를 함께 붙들고, 어떤 과정 속에서도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며, 정직한 태도로 지도자를 세우는 것이다. 총회 직분은 권력이 아니라 섬김의 자리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때, 고신은 다시 신뢰받는 교단으로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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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고신총회 선거운동, 세속화 우려와 필요한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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