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관용은 서로 극과 극의 대척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보완하며 함께 있어야 한다. 원칙만 있는 공동체는 점점 살벌해질 것이며, 관용만 있다면 무질서가 판을 칠 것이다. 전자는 구성원의 소리가 막혀 무너지고, 후자는 과도한 아우성으로 무너진다. 따라서 원칙에는 관용이 필요하고, 관용에도 원칙이 필요하다. 관용은 원칙에 윤활유를 공급하고, 원칙은 관용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두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공동체만이 활력을 얻게 된다.
우리 총회에는 “임원은 한 노회에서 두 사람을 초과하지 못한다”(총회규칙 2장 6조 2항)라는 규정이 있다. 총회 선거조례 시행세칙 제3장 3항에도 “총회 임원 후보는 한 노회에서 2명(목사 1인, 장로 1인)을 초과하지 못하며, 한 교회에서는 1명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원칙’은 크고 힘 있는 노회들이 총회를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중요한 장치다. 어느 한 노회가 인적 자원이 많다는 이유로 임원을 다수 차지해 총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을 막기 위한 것이다. 분명 총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합리적 원칙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원칙에도 ‘관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이 말은 부산서부노회를 돋보이게 하거나 특정 개인을 위한 주장이 아니다. 필자가 오랫동안 교단을 지켜본 동료이자 총회를 위해 기도해 온 사람으로서 내린 결론이다.
우리 노회에는 여러 해 동안 부총회장 출마를 준비해 온 목사와 교회가 있다. 이 목사는 동기회에서도 이미 단독 추천을 받았고, 그 동기들도 총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돕기로 결의한 상태다. 이는 노회와 동기회 모두가 이분이 총회를 잘 섬길 인재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필자가 교제해 온 그의 인품은 덕장 중 덕장에 가깝다. 또한 이 목사가 섬기는 교회는 전 당회원이 총회를 위해 마음과 물질을 모아 돕는 보기 드문 공동체다. 이런 교회가 흔들리지 않도록 관용을 보여야 할 때다.
고신 총회에는 또 하나의 원칙(관례)이 있다. 기수별 대표를 정하면 총회는 그 기수를 존중해 임원을 받는 방식이다. 임원이 되려는 목사는 먼저 동기회에서 대표로 선출되기 위해 절차를 거친다. 장로 총대들 사이에서 “그렇다면 우리는 거수기냐?”라는 불만도 있었지만, 이 관례는 총회의 평안을 지켜 온 방식으로 받아들여졌고, 사실상 헌법보다 강력한 원칙으로 작용해 왔다.
필자는 지난 회기 동안 이 두 원칙을 모두 지키면서 총회를 원만하게 운영할 방법을 고민해 왔다. 그러던 중 경남노회가 국가의 만 나이 법 적용에 대해 질의를 올렸는데, 이는 필자에게 기도의 응답처럼 보였다. 총회가 “만 71세 생일 하루 전까지는 70세”라는 해석을 통과시켰다면, 한 노회 2명 초과 제한 원칙과 기수 추천 원칙, 두 원칙을 모두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총회 현장에서는 이 질의가 정년 연장 논의와 뒤섞이며 올바른 판단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결국 질의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리지 못했다.
그 결과 다가오는 총회에서는 상호 보완되어야 할 두 원칙이 정면 충돌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미 부산서부노회 소속 부총회장과 부회계가 있기 때문에, 준비해 온 훌륭한 인재가 출마조차 할 수 없는 위기에 놓였다. 법과 원칙은 필요하지만, 동시에 기수별 추천 원칙은 지켜지지 못할 위험에 처했다. 총회가 이러한 문제 하나도 조정하지 못하고 관용을 베풀지 못한다면, 이는 총회가 무능력을 드러내는 결과가 된다.
“교회 재산을 유지재단에 가입하지 않은 목사·장로는 총회 임원이나 선출직에 출마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에 기수별 원칙이 무너지기도 한다. 실제로는 이사 후보조차 찾기 어려워지는 상황도 발생한다. 필요성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앞장서서 안건을 올리지 않는다.
현재 교회·노회·총회 모두에서 직분자를 세울 자격 있는 인재가 점점 줄어드는 시대이다. 총회에서 경선은 더욱 줄어들고, 후배 기수로 갈수록 총회를 헌신적으로 섬기고자 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문제로 인해 부산서부노회가 분열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총회 임원 문제는 개인이나 교회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시찰과 노회, 그리고 교단 전체를 위한 중요한 일이다. 이를 정치적·진영적 문제로 해석하고 같은 노회원끼리 서로 견제하고 비난하는 행위는 교회와 노회, 총회를 해치는 악한 일이다.
이 문제는 부산서부노회만이 아니라, 총대 수가 가장 많은 46기 전체의 문제다. 총회 임원들과 운영위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관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령님의 인도 속에서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이가 총회를 섬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지금 부총회장과 부회계, 그리고 준비 중인 덕장 모두 특정 노회가 총회를 흔들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충정에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지난 총회에서 한 회원이 언급한 기본권(선거권·피선거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기본권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다. 규정 충돌 때문에 출마 기회조차 박탈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필자는 총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강력히 요청한다. 부산서부노회 임원회는 이미 총회 임원회에 이 문제를 조정해 달라고 청원했다. 총회 임원회는 조속히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정년 연장 여부와 무관하게 현행 국가법 기준인 만 70세를 적용하여 총회 임원 선출 과정이 과열되지 않고, 노회와 교회가 은혜롭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45기와 46기가 함께 힘을 모아 총회를 은혜롭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며, 총회의 결속과 하나됨은 분명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법과 규정은 좋은 원칙이며 안전장치지만, 성경은 아니다. 안전이 보장된다면 관용을 베풀지 못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이 원칙이 기본권과 충돌한다면 다시 고민해야 한다. 귀한 일꾼이 줄어드는 시대적 현실 속에서 이 규정은 변화가 필요하다. 고신총회가 원칙과 관용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가길 소망한다.
※ 독자 기고는 본 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