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언(序言)
불교 용어나 불교적 사고와 철학과 의식, 그리고 문화가 우리의 생활 속에 내면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의 많은 기고에서 논한 대로 이는 동아시아를 포함한 우리 한국에 근 2천 년 동안 삶의 신앙과 철학으로 불교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 속에서도 그대로 뿌리내렸으며 일상 언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세시풍속 중에 오는 22일(월)은 오랜 전통을 가진 동지(冬至)이다. 이에 동지의 유래와 팥죽을 끓여 먹는 풍속 등을 살펴보고 불교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논하고자 한다.
2. 동지란 어떤 세시풍속인가?
1) 24절기와 동지는 무엇인가? : (1) 24절기: 기원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 등의 동아시아 지역과 우리나라가 주로 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1년을 24절기로 나누며, 주로 계절의 변화를 세분화한 것으로 약 15일 간격으로 나눈다. 주로 계절의 변화와 농사 시기를 알려주는 농사력(農事曆) 역할을 한다. 또한 이 절기들은 태양력에 기초하지만, 양력과 음력의 차이에 따라 날짜가 달라지기도 한다.
(2) 동지: 이는 24절기 중 22번째 절기이며,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기 때문에 음기(陰氣)가 가장 높다고 보지만, 낮이 다시 길어지면서 양기(陽氣)가 시작되기 때문에 좋은 날로 여기고 있다. 또한 이때는 태양이 적도 이남 23.5도의 동지선(남회귀선), 곧 황경(黃經) 270도의 위치일 때로, 주로 양력 12월 22일이나 23일경이 된다.
또한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兒冬至), 중순이면 중동지(中冬至), 그믐 무렵이면 노동지(老冬至)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고려시대에는 9대 명절의 하나로 지켰으며, 조선시대와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라 하여 작은설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태양이 부활한다는 큰 의미가 있어서 설을 앞둔 작은설로 여긴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동지 때 팥죽을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라는 동지첨치(冬至添齒)의 풍속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이날은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서 호랑이가 교미한다고 하여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한다.
2) 동지에는 왜 팥죽을 끓여 먹는가? : 이때는 팥으로 죽을 쑤고, 찹쌀로 새알만 한 단자를 만들어 넣어 끓인다. 팥죽이 완성되면 먼저 사당에 올려 천신의 뜻을 기리며 동지고사(冬至告祀)를 지낸다. 그다음 집안의 악귀를 다 쫓아낸다는 의미에서 각 방과 장독, 헛간 같은 집안의 여러 곳에 놓아두었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서 먹는다. 그리고 악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팥죽을 대문이나 문 근처의 벽에 뿌려 놓는다. 이는 모두 주술 행위로서 기독교 신앙과는 배치되는 일이다. 또한 동지가 음력 11월 10일 안에 들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애동지라 하여 팥죽을 먹지 않으며, 가족이 괴질로 죽어도 팥죽을 먹지 않는다.
3. 불교에서 동지 팥죽의 유래
불교에서는 동짓날의 전야와 다음 날을 중요시 여긴다. 이때는 연말연시를 맞아 젊은 승려들이 스승 승려들을 찾아가 한 해 동안의 지도를 감사하는 날로 여겼고, 세 가지 재난을 물리치는 동지불공을 올렸다. 이는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음에 있어서 잡귀와 재앙을 멀리하고 참회하며 복을 구하는 행위이다. 또한 승려들은 사찰을 찾아오는 이들이나 동지불공을 하는 불자들에게 팥죽을 제공하였고, 입고 있던 헌 옷을 태우면서 액을 소멸하고 새해 복을 기원하는 의미인 소대의식(燒臺儀式)을 행한다. 또한 불자들은 불공이 끝난 후에는 절에서 팥죽을 가져와 이웃과 나누어 먹으면서 건강과 안녕을 발원한다.
4. 기독교적 관점과 제언
먼저 지금의 동지는 과거의 동짓날 제사나 대문에 팥죽을 뿌리는 의식 등은 거의 사라졌지만, 팥죽을 끓여 먹는 일이나 절에서 동지불공을 하는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그다음 동지의 유래는 불교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민간신앙과 주술적 신앙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동지의 세시풍속을 그들의 가치와 의미를 포함시킴으로써 불교적 행사로 승화되었다. 이는 불교적인 관점에서는 의미를 둘 수 있지만, 주술 행위가 내포되어 있는 동지의 풍속까지 받아들여 기복적인 동지불공을 공식적으로 행함으로써 불교의 변질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우리 기독인들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될 것인가? 앞에서 기술한 대로 동지의 기원은 태양숭배와 농경생활에 도움을 얻으려는 우상숭배와 주술적인 신앙에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기독교 신앙과는 전혀 무관한 절기이다. 하지만 현재는 팥죽을 먹는 수준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기 때문에 크게 거부할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불교의 절기라고 할 정도로 사찰에서는 동지제례가 구체화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동지는 한국의 전통문화로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주술적이거나 잘못된 불교화된 우상문화는 절대 금기하며 조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