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연월일 2026-04-2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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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목사 (탄자니아 아프리카 연합대학교 총장)

 탄자니아에서 맞는 성탄은 한국이나 서구에서 경험하는 성탄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눈 내리는 겨울도 없고, 벽난로도 없고, 진한 핫초코를 마시며 캐럴을 듣는 풍경도 없다. 대신 뜨거운 햇살과 붉은 흙, 해풍이 스치는 코코넛나무들, 먼지 날리는 도로를 따라 걸어가는 아이들의 웃음이 성탄의 배경이 된다. 계절은 여름이고 기온은 높지만, 이 땅의 성탄은 놀라울 정도로 따뜻하고 깊다. 그 이유는 성탄을 구성하는 중심이 문화적 장식이나 상업적 분위기가 아니라 공동체와 생명, 그리고 은혜이기 때문이다.

 

  탄자니아의 교회들은 12월이 되면 더욱 분주해진다. 사람들은 화려한 옷을 꺼내 입고 한 해 동안 받은 은혜를 되돌아보며 감사의 찬송을 준비한다. 찬양대가 부르는 캐럴은 서구 전통과 다르다. 북과 춤, 손뼉과 화음이 어우러지며 마치 성탄의 기쁨이 온몸으로 흘러넘치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아프리카의 리듬 속에서 ‘Immanuel – God with us’라는 복음은 단지 교리적 문장이 아니라 실제 살아 있는 현실로 느껴진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이곳 사람들은 삶의 온도와 표정으로 고백한다.

 

  성탄은 탄자니아 사람들에게 단순히 예수님의 탄생을 기억하는 날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가난한 자들과 함께하시고 낮고 천한 곳을 찾으시는 분이라는 메시지를 새롭게 경험하는 날이다. 이 나라의 많은 이들은 여전히 물과 전기가 부족한 채 살아가고 도로는 정비되지 못한 곳이 많으며 병원 시설이나 교육 환경도 열악하다. 그러나 바로 그 현실 한가운데서 성탄은 더 깊은 울림을 갖는다. 예수께서 화려한 궁전이 아니라 초라한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것처럼, 하나님은 오늘도 이 땅의 낮고 고단한 자리들 속에서 조용히 빛을 비추고 계시다.

 

  탄자니아의 성탄에서 인상적인 것은 나눔의 정신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하는 마음, 가지지 못한 이웃을 먼저 기억하는 공동체적 감수성은 성탄의 본래 정신을 되살린다. 가난한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길을 가다 만난 아이들에게 사탕 하나를 쥐여 주는 일상적 사랑이 성탄의 풍경을 만든다. 이곳에서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되다’는 말이 교회 강단 위의 문장이 아니라 삶의 현실이 되어 있다.

 

  성탄은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희망의 재점화다. 정치적 불안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사람들은 성탄을 맞으며 다시 고백한다. “Mungu yu mwema / 하나님은 선하시다.” 성탄은 눈에 보이는 조건이 좋기 때문에 기뻐하는 축제가 아니라 어느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기 때문에 누리는 기쁨이다. 탄자니아의 성탄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탄자니아의 성탄을 경험하는 사람은 예수님의 탄생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성탄은 화려함이 아니라 임재의 사건이며, 풍성함이 아니라 은혜의 증거이며, 배부름이 아니라 함께함의 기적이다. 붉은 흙먼지와 강렬한 햇살 아래에서 맞는 성탄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하나님이 오늘 우리와 함께 계신다면, 우리는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탄자니아의 성탄은 우리를 다시 복음의 중심으로 데려간다. 인간의 힘과 조건이 아니라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셔서 보내신 그 아들의 은혜가 우리의 진짜 기쁨이라는 사실을 말없이 일깨운다. 그래서 이 땅의 성탄은 조용하지만 뜨겁고, 소박하지만 깊으며, 가난하지만 찬란하다. 하늘의 기쁨이 땅 위에서 피어나는 순간, 그것이 바로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성탄이다.

김성수 목사 (탄자니아 아프리카 연합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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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총장]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성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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