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연월일 2026-04-2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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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목사(탄자니아 아프리카 연합대학교 총장)

어린 시절 어른들이 어깨춤을 추며 흥겹게 부르던 노래 한 구절이 문득 생각난다.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가 “인생은 짧다”(카르페 디엠/carpe diem)는 의미로 남긴 짧은 라틴어 구절은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오늘날 우리에게 아직도 익숙하게 들린다.

  하지만 우리는 이 말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또 얼마나 진지하게 삶에 적용하고 있는지 새해를 맞으면서 한 번쯤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로만 크르즈나릭(Roman Krznaric)의 베스트셀러 『인생은 짧다, 카르페 디엠』은 바로 이 질문을 우리 앞에 던진다. 그는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이 오늘날 얼마나 얄팍하게 오해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우리 삶을 다시 본질로 되돌아보게 만든다.

  현대 사회에서 ‘카르페 디엠’은 종종 “하고 싶은 건 지금 해!”, “지금 즐기자!”라는 소비주의적 문구로 탈바꿈했다.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유행어가 대표적이다. 이 구호는 짜릿한 여행이나 과감한 소비, 충동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며, 정작 삶의 본질을 성찰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피상적인 시간 속으로 우리를 밀어 넣는다. 크르즈나릭은 이를 “카르페 디엠의 납치”라고 말한다. 그는 잊혀져 가는 이 삶의 기술을 다시 우리 손에 되찾아주고자 한다.

  그가 제안하는 ‘카르페 디엠’은 단순한 쾌락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의식적 선택과 자기 결단, 타자와의 관계, 죽음에 대한 명상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태도다. 그는 다섯 가지 유형의 ‘카르페 디엠’을 제시한다. 즉흥적인 기회를 붙잡는 삶(Opportunism), 감각을 통해 삶을 음미하는 쾌락형(Hedonism),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는 해방형(Liberation), 사회 정의를 위한 참여로 드러나는 정치적 형태(Political), 그리고 타자를 위한 헌신으로 드러나는 윤리적 삶(Ethical)이다. 이 모두는 “오늘이라는 시간 안에, 내가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단 하나의 메시지를 지향한다.

  이 질문을 기독교 신앙의 언어로 바꾸면 “오늘 나는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표현될 수 있다. 우리가 유한한 존재임을 기억하고, 언젠가 반드시 마주하게 될 죽음을 직면할 때, 오늘을 살아가는 방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죽음을 의식하는 삶은 절망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삶의 지혜로 이끈다. 시편 기자는 말한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2).

  크르즈나릭은 자기 결정권을 회복하라고 말한다. “우리는 더 이상 소비자의 삶이 아니라, 창조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이 외침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는 세상의 유혹과 무기력 속에서 하루를 흘려보내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이 땅을 책임 있게 살아가는 ‘소명자’다. 아프리카 오지와 지구촌 곳곳에서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복음을 전하고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세우며, 하나님 나라의 귀한 인재들을 양성하는 선교사의 하루도 그러하고, 세속화된 현대 도심의 심장부에서 성경적 가치관을 구현하며 다니엘처럼 오늘을 살아가려고 고민하는 평범한 성도의 하루 삶도 하나님 앞에서는 모두 동일하게 소중한 ‘카르페 디엠’의 시간이다.

  영원하신 여호와 하나님의 관점이 없으면 “인생은 짧다”고 하는 이 말은 우리의 삶을 한없이 허무하게 만들고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얼씨고 절씨고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라는 노래 소리로 한 해를 보내고 또 맞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짧은 인생이기에 이제는 남은 날을 헤아리면서 주님의 몸 된 교회와 복음을 위해서 살아가게 해 달라는 우리의 기도는 짧은 인생을 더 위대하고 역동적이며 견고하게 만들어 준다. 짧은 인생이기에 더 깊이 있게 살아야 한다. 매 순간 순간을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 온전히 신실하게 응답하며 살아야 한다.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는 우리 모두에게 “카르페 디엠”은 단지 ‘순간을 즐기라’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붙들고 소명적인 삶에 신실하라’는 우리 주님의 자비로운 초대일 수 있다.

 

김성수 목사(탄자니아 아프리카 연합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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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총장] 인생은 짧다, 그러나 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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