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연월일 2026-04-2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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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승 목사(부산 은파교회)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에 가끔 이해하기 힘든 사건을 접할 때가 있다. 그 중에서 (사사기 11장)에 등장하는 내용으로 사사 입다의 서원으로 자기 딸을 하나님께 바치는 사건이다. 암몬 왕이 입다의 말을 듣지 않자 입다는 출정을 하면서 하나님께 서원기도를 드렸다. (사사기11:30-31)에 “주께서 과연 암몬 자손을 내 손에 넘겨주시면 내가 암몬 자손에게서 평안히 돌아올 때에 누구든지 내 집 문에서 나와서 나를 영접하는 자는 그는 여호와께 돌릴 것이니 내가 그를 번제물로 드리겠나이다 하니라” 라고 말씀한다.


  이 얼마나 경솔한 서원인가? 결국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암몬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데 미스바에 있는 자기 집에 이를 때 자신의 무남독녀 딸이 소고를 잡고 춤추며 나와서 영접한다. (사사기11:34)에 “입다가 미스바에 있는 자기 집에 이를 때에 보라 그의 딸이 소고를 잡고 춤추며 나와서 영접하니 이는 그의 무남독녀라” 라고 말씀한다. 이 때 입다는 자기 옷을 찢으며 말한다. (사사기11:35)에 “입다가 이를 보고 자기 옷을 찢으며 이르되 어찌할꼬 내 딸이여 너는 나를 참담하게 하는 자요 너는 나를 괴롭게 하는 자 중 하나로다 내가 여호와를 향하여 입을 열었으니 능히 돌이키지 못하리로다 하니” 라고 말씀한다. 그 말에 딸은 (사사기11:36)에서 “나의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여호와를 향하여 입을 여셨으니 아버지의 입에서 낸 말씀대로 내게 행하소서” 라고 대답한다. 정말 그 아버지에 그 딸이다. 그리고 입다의 딸은 한 가지 청을 올린다. 다만 여자 친구들과 산에 가서 처녀로 죽는 것에 대해 애곡하도록 두 달의 시간을 허락받았다. 결국 입다의 딸은 산 위에서 처녀의 죽음에 대해서 애곡하고 두 달 만에 아버지께로 돌아온 후 (사사기11:39)에 “그는 자기가 서원한 대로 딸에게 행하니” 라고 딸의 죽음을 암시하는 언급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어진 아버지가 착한 딸에 죽음을 강요한 사건이 있다. 경남 하동(河東) 옥종면(玉宗面)에 종화골에서 안계골로 넘어가는 고개가 있다. ‘가마고개’로 불리우는 이 고개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구전된다. 광해군 때의 일이다. 남명(南溟) 조식(曺植)의 학통의 이어 받은 종화골의 한 명문 집안에서 딸을 출가시키고자 가마 행차를 하였다. 공교롭게도 이 때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학통을 이어받은 안계골의 한 명문 집안에서도 딸을 출가시키고자 가마행차를 하였다. 이 양가(兩家)는 수백 년 동안이나 학통이 다르다는 것을 두고 다투어온 적대 가문이다. 이 적대하던 가문의 두 가마가 공교롭게 이 고갯마루에서 부딪치게 되었다. 비록 좁은 고갯길이기는 하지만 가마가 못 비켜가리만큼 좁진 않았다. 고개 아래는 낭떠러지로 남강의 지류인 덕천강이 흐르고 있었다.


  어느 한쪽의 가마가 비켜주거나 비켜가기만 하면 아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한데 그들의 골수에 사무친 학통의식은 그 같은 겸양을 철저히 배제하고 대치하고만 있었다. 비켜가는 가마 쪽의 가문이 굽힌다는 의식에서 치열한 다툼이 생겼다. 그들은 무려 14일간 그 자리를 버티었고, 각기 각 학통에서 응원 온 유생들도 초막을 치고 버티기까지 하였다. 급기야 어느 학파에서도 물러날 조짐이 보이질 않았다. 그리하여 팽팽히 맞선 이 양 학파에서는 그 대결의 불씨가 된 시집가는 딸에게 각기 자결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가문과 학문의 명예를 구제하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시집을 가는 두 딸은 무거운 돌덩이를 붉은 비단 치마에 싸서 안고 덕천강 밑으로 뛰어내렸다. 그들의 신방은 바로 무덤이 되었고, 집을 나설 때는 꽃가마인데, 집에 돌아올 때는 꽃상여가 되고 말았다.


  여기서 자기 딸을 하나님께 바쳤던 입다의 행동이나, 타 학파에 밀리지 않겠다는 결연의 의지 때문에 딸에게 자결을 강요했던 선비의 행동에 대한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성경의 인물이나 우리 조상들에게서 자기가 믿는 바를 지키기 위해서 죽음을 불사하는 지조와 결단력을 높이 평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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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승 목사] 아버지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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