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연월일 2026-04-2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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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목사 (탄자니아 아프리카 연합대학교 총장)

 요즘 교회의 사역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말들이 있다. 그것은 비전, 전략, 성과, 시스템, 그리고 효율성과 같은 단어들이다. 이런 단어들은 이제 교회에서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교회는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정하고, 사역을 평가하며, 더 효과적인 운영을 고민한다. 이러한 노력 자체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교회도 질서가 필요하고, 사역에는 지혜로운 운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 보아야 한다. 교회는 운영되어야 할 조직인가, 아니면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신앙 공동체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단순한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본질에 관한 질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를 설명하는 언어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성도는 ‘인력’이 되고, 사역은 ‘프로젝트’가 되고, 목회는 ‘운영’이 되고, 성장은 ‘성과’라는 단어로 대체되고 있다. 이러한 언어는 조직 관리에는 적합하지만, 신앙 공동체를 설명하는 데는 적절한 언어가 아니다. 성경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 하나님의 백성, 성령의 전, 그리스도께서 피로 값 주고 사신 것이라고 너무나도 고귀한 호칭으로 부르고 있다. 이것은 관리의 언어가 아니라 생명의 언어이다. 언어가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교회의 방향도 바뀐다.

 

교회 경영화의 가장 큰 변화는 목회자의 역할에서 나타나고 있다. 목회자는 원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고, 영혼을 돌보는 목자이며, 기도하는 지도자이다. 그러나 점점 목회자는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 조직을 관리하는 책임자,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경영자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교회의 건강이 목회자의 영성보다 리더십 능력과 경영 능력으로 평가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목회자는 교회를 이끄는 CEO가 아니라, 말씀과 기도로 공동체를 섬기는 종이다.

 

경영화된 교회는 자연스럽게 결과를 측정하려 한다. 출석 인원, 등록 성도 수, 헌금 규모, 건물 확장 등이 교회의 성공 기준이 된다. 그러나 교회의 성공 기준은 양적인 크기가 아니라 신실함이다. 성장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그리스도를 닮아가고 있는가이다. 경영화된 교회에서는 성도가 점점 소비자의 위치에 서게 된다. 그러나 성경은 성도를 소비자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 왕 같은 제사장, 하나님의 동역자로 부른다. 교회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십자가를 지는 공동체이다. 경영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이다. 그러나 복음의 길은 언제나 효율적인 길이 아니었음을 교회의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숫자가 본질을 대신하고, 성도가 고객이 되고, 효율성이 신실성을 대신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면 다시금 교회의 본질을 진지하게 성찰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교회가 회복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성과 중심에서 신실함 중심으로, 관리 중심에서 목양 중심으로, 프로그램 중심에서 말씀 중심으로, 리더 중심에서 그리스도 중심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교회는 사람이 성장시키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이 세우시는 공동체이다. 교회를 세우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말씀이며, 시스템이 아니라 성령이며, 경영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통치이다. 목회자가 이와 같은 교회의 본질을 고수하게 되면 외형의 성장은 늦어질 수 있을지 몰라도, 더 깊고, 더 건강하고, 더 오래 가는 교회가 세워질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교회를 하나님은 기뻐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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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총장] 교회는 기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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