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연월일 2026-04-2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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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한 목사(흔들깃발교회)

 복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신앙생활을 오래 한 성도일수록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다.

“하나님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 질문은 매우 진지해 보이지만, 동시에 신앙을 가장 쉽게 왜곡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을 ‘해야 할 것들의 목록’으로 이해한다. 더 기도해야 하고, 더 헌신해야 하고, 더 성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복음은 이 질문 자체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는다. 성경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다, 무엇이 이미 이루어졌는가를 먼저 보라고 말한다.

“그의 의”를 구하라는 말씀의 참뜻

예수님은 마태복음 6장 33절에서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은 종종 “더 열심히 의롭게 살아라”, “더 죄 없이 살라”는 도덕적 권면으로 오해된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의’는 인간의 도덕적 성취가 아니다.

바울은 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하나님이 죄를 알지도 못하신 이를 우리를 대신하여 죄로 삼으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려 하심이라.”(고후 5장 요지)

성경적 의는 내가 쌓아 올리는 결과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완성하신 의가 믿는 자에게 전가(轉嫁) 된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의를 구하라”는 말은 더 애써서 의로워지라는 요구가 아니라, 이미 주어진 의를 믿음으로 받아들이라는 초청이다.

복음은 언제나 인간의 노력보다 하나님의 선물을 먼저 말한다.

십자가는 약함의 상징이 아니라 능력의 출발점이다

고린도전서 1장 18절은 복음의 역설을 분명히 보여준다. 십자가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패배와 무능, 실패의 상징이다. 그러나 성경은 단호하게 선언한다. 십자가는 구원을 얻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사람은 강해져야 능력이 나온다고 믿는다. 준비가 되어야 쓰임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하신다.

약함에서 능력이 시작되고,

가만히 있는 자리에서 구원이 드러나며,

붙잡고 있던 것을 내려놓을 때 하나님의 역사가 시작된다.

복음은 언제나 인간의 자랑이 설 자리를 무너뜨리고, 하나님의 은혜만 남겨둔다. 그래서 십자가는 미련해 보이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능력이 가장 분명하게 나타난다.

“나는 주님과 하나 되었다”는 고백의 실제적 능력

이 복음 시리즈의 결론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는 그리스도와 연합된 존재다.”

이 고백이 교리로 머물 때와, 믿음으로 받아들여질 때의 차이는 매우 크다. 이 고백이 실제가 되면 신앙의 무게 중심이 달라진다. 신앙은 더 이상 부담이 아니라, 관계가 된다.

기도는 하나님께 잘 보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이미 함께 계신 주님과의 대화가 된다. 예배는 의무가 아니라, 임재를 누리는 기쁨이 된다. 순종도 억지가 아니라, 생명이 흘러나오는 자연스러운 열매가 된다.

성경은 이런 삶을 “영으로 사는 삶”, “은혜 아래 있는 삶”이라고 부른다. 이는 나태한 신앙이 아니라, 가장 깊이 복음을 이해한 자리에서만 가능한 삶이다.

복음은 결국 ‘누리는 삶’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노력해서 그분께 도달하기를 기다리시는 분이 아니다. 하나님은 이미 우리에게 오셨고, 우리 안에 거하시며, 우리를 통해 일하고 계신다. 이것이 복음의 결정적인 차별성이다.

그래서 복음의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하나님은 이미 앞서 행하고 계신다.

하나님은 이미 우리 안에 계신다.

하나님은 이미 우리를 사용하고 계신다.

우리는 그 사실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누리며 살아가면 된다. 신앙이 무거워질수록 우리는 더 노력하려 하지만, 복음은 언제나 우리를 ‘쉼’으로 초대한다. 노력하는 신앙에서 누리는 신앙으로 옮겨갈 때, 비로소 복음은 교회 안의 언어를 넘어 우리의 일상 속에서 기쁨과 능력으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것이 복음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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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한 목사] ‘노력하는 신앙’에서 ‘누리는 신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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